산골통신

[산골통신] 꼬맹이 어록

산골통신 2006. 2. 12. 11:19

아직도 엄마 없으면 안 되는...

울집 늦둥이다.

 

느닷없이 쳐들어와 태어난 녀석이라

생사의 기로?에 선 적도 있었다.  나처럼...

시엄니는 낳아라!

친정엄니는 지워라!

 

낳고 안 낳고 하는건  내 소관이유!  제삼자는 신경꺼유! 라고 일갈했다.

 

요 꼬맹이가

하도 말이 없어서 혹여 청력에  이상이 있는건 아닌가~~

하고 청력검사까정 해본 녀석이다.

 

말을 늦배우는 것하고 말을 안 하는 것 하고는 천지차이 아닌겨...

 

다섯살까지 세상없어도 조용조용 살던 녀석이...

여섯살 되면서부터 시끄러워졌다.

울집 제일가는 수다쟁이이며~ 기차화통 몇대 삶아묵은 성량을 자랑하는 녀석이다.

그러나 이놈 목소리를 전혀 못 들어본 사람들도 제법 된다.

 

이 녀석이 형 누나보다도 농사일을 더 잘 하며

말도 더 잘 하며~

옷도 더 잘 갈아입으며~

지 물건 잘 챙기며~

어둠을 무서워 하지 않으며

자기 영역을 철저히 지키는 녀석이다.

 

힘보다 목소리 큰 넘이 이긴다는 만고진리?를 일찌감치 형제들 틈새에서 체득한지라

일단 고함부터 지르고본다.

시끄러워 몬산다.

 

소마구 소똥치울때면 송돌이 송순이하고 놀아주며???

큰 소들 마른풀 뜯어다 주며 노는 걸 보면...

옛 교과서에 나오는 산골소년 돌이와 송아지 생각이 난다.

 

제딴에 온갖 상상력을 다 동원해 이야기를 지어내며

추리를 해내기도 한다.

 

어제도 소마구를 같이 치우다가 해가 발갛게 서산에 척! 걸려있는 걸 보며

햇님이 아직 집에 안 갔다며~  깜깜하지 않아 좋다더라...

입이 잠시도 쉴 사이가 없이 조잘조잘대는 녀석이라

농사일 할때면 심심치 않아 좋다.

 

소 여물통에 올라가 소하고 뿔씨름하다가

짚가리 위에 올라가 굴을 만들어 놓고 논다.

 

마당을 지나다가 눈위에 주르르 찍힌 달구들 발자욱을 보며

온몸을 뒤로 젖히며 웃어 제낀다.

별인 줄 알았네~~~~  하며 별을 닮았단다.

 

동산위에 둥실 뜬 보름달을 바라보며 박수를 친다.

 

책방에 큼지막한 쥐가 들어와 설치자

겁을 내긴 커녕~ 저놈 잡아야 한다고 온통 들쑤시고 다니는 녀석이다.

 

이웃의 맘에 안 드는 아저씨가 운전을 너무 험하게 해서

언제고 한번은 손을 봐줘야 한다고 벼르는 녀석이며~

 

인사를 해도 안 받는 어떤 이웃들도 가끔 이놈 도마위에 올라간다.

 

어른일지라도 이놈 눈앞에서 행동을 허투루 하면

어김없이 찍힌다.

해서 윗집 할매도 이놈이랑 작은놈 앞에선 언행을 삼가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