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마늘 놓기 3 그리고 방아찧다.

산골통신 2005. 11. 7. 20:17

비가 왔었어.

그래서 오늘은 일 못 할 줄 알았지.

땅이 질어서...

 

헌데..봄비와 여름비와 다른 것이

가을비야...

 

가을비는 아무리 많이 와도 땅속에 깊이 안 들어가

그리고 이번 비는 아주 곱게 왔지.

 

덕분에 좀 쉴까나 했던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마늘씨 한푸대 들고 영차영차 밭으로 올라갔지.

 

땅이 촉촉하고 부드러운 것이 일하긴 참 좋대.

이웃들은 새벽부터 일시작했었나봐.

참 부지런들혀...

우린 해올라오기 기다려서 하는데.

 

어쨌든 남은 마늘고랑 다 채우고

양파고랑만 남겨두고 일단 철수했어.

양파는 날이 추워도 할 수 있고

또 마늘비닐 씌우려 한번 더 밭에 와야하니까.

 

오늘 방아를 찧어야했거든.

헌데 할매좀 보소!

보건소에서 독감예방주사 놓아준다고

65세 이상 노인네들 다 무료로 해준다고

이장이 쥐약방송을 하니까

언넝 가야한다고

 

막 옷 차려입고 신발 꺼내신고 나서시네그랴...

방아는요?????

 

어쩔 수 있나그래.

트럭몰고 갈 밖에.

보건소엔 벌써 온 산골짝 노친네들 다 모여서 주사맞은 팔을 문지르고 계시네...

다들 그런 모습으로 여기저기 웅성거리고 계신 모습들을 보니.

젊은네들은 다 어데가고...

 

산길로 돌아오는 길에 걸어가시는 몇몇 할매들...

근력들도 좋으시네... 다 여든 넘으신분들인데...

모두 태워서 마을로 돌아왔다.

 

방아는 찧어야겠는데 할매는 뭐하시노~

곳간에서 나락푸대들을 일단 꺼내서 전을 폈다.

에라~ 나혼자라도 찧어봐야지. 안되겠으~

할매 믿고 있다간 오늘 중으로 못 부치겠네!

 

한참 방앗간앞에서 일거리를 장만하고 있으니 할매 나오시네.

차나락 두 푸대

미나락 네 푸대

일단 찧어보자구요...

 

완전현미가 된다하니 거북시럽긴 해도 해보는기요...

딴 방앗간 기계는 안 된다잖우.

 

왕겨 나오는 푸대 연결하고

당가루  나오는 푸대 연결하고

좋은 쌀 나오는 곳에 방티 하나 놓고

덜 좋은 쌀 나오는 곳에 방티 하나 놓고~

전기 연결하고

바가지 여럿 갖다놓고

앉은뱅이 저울  하나 갖다놓고

쌀푸대 여럿 갖다놓고~

등등~ 한참 늘어놓았다.

그담에 방아를 찧는다.

 

자아~ 나락을 줄줄이 들이붓고 기계를 돌린다.

거참 소리 시끄럽네...

대화가 안되여~ 시방부턴!

 

차나락을 먼저 찧는다.

이야.. 현미가 되네...  나락도 안 섞여 나오고

음! 됐어.

 

완전현미를 만들려면 한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고

세번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쌀알이 깨끗하고 잡것들이 안 껴들어 보기좋다.

 

첫번엔 깨진 쌀알들 걸러내고

두번짼 나락들 걸러내고

세번째는 돌 골라내기다.

 

방아를 찧으면서 얼매나 쌀을 집어묵었던지

아마도 밥 한 공기택은 묵은 듯 싶다.'

오늘 저녁 안 묵어도 되겠넹~ ㅋㅋㅋ

쌀알이 참 고소하고 맛있어서...

 

방아찧는 주변으로 이노무 달구새끼들이 모여들어

한참 말을 일군다.

잠깐 안 보는 사이에 쳐들어와서 막 쪼아묵는데

쫒아도 또 온다.

옛다! 이거나 묵어라~~~  하고 땅에 흘러서 못 담는 것들을 부어준다.

 

일단 우체국 문 닫을 시간이 촉박해서

일단 오늘 부칠 것들만 주섬주섬 트럭에 싣고 면 우체국으로 달린다.

내일은 또 내일이고...

 

할배 보건소 약 타오라고 의료보험증 내주시네~

에고 진작 말씀하시지요...  약 떨어졌다고...

아까 낮에 보건소 갔었는디...

 

할매 농협볼일 있으시다고 재촉이시네~~

에구! 농협은 문닫았슈... 낼 봅시다!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일이 몰릴때는 막 몰린다.

없을때는 아예 없는듯싶고!(사실은 있지만)

 

집엘 들어와보니 학교에서 언제 돌아왔나...

얼라들 배고프다고 아우성이고.

한놈은 열이 높아 누워서 안 일어나고

 

부랴부랴 밥해서 멕여놓고보이

달도 떴고 별도 떴네!

 

연탄불 꺼졌나 딜다보고~

몇장 안 남은 연탄 헤아려보다가~

여직껏 배달 안 해주는 연탄집 아저씨한테 귀먹은 욕좀 해대고~

주문한지가 언제여~~~~~~~~~~~~~~~~~~

 

빨래 한바탕 모아다 세탁기 몸살나게 돌리고

이제사 한시름 놓고 컴앞에 앉았다.

 

내일은 양파 심고

방아 마저 찧고

어쩌고 저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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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 몬산다!

내 상추밭!!!

꼬마비닐 안 덮어줬다아아아~~~~~~~~~~~~~

얼어죽겠넹~~~~~~~~~~~~~~~~~ 

상추야 기둘려라~ 간다!

=3=3=3=3=3=3=3=3=3=3=3=3=3=3=3=3=3=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