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은 참 잘 자란다.
이삼일 간격으로 비가 와주니 더없이 좋은 건 풀들인듯…
밭고랑마다 풀들이 뒤덮기 전에 호미로 긁고 열 손가락으로 쥐어뜯고 뽑고 그러다 안 되면 낫으로 댕강댕강!
배춧골 오이골엔 그냥 손으로 뽑아도 될 정도…
고춧골엔 호미로도 안 되고 열 손가락도 안 되고 그예 낫을 휘둘렀다!
확실히 일은 연장이 한다!
줄창 낫을 숫돌에 갈아서 쓰다가 집어던지고 새로 낫을 두 개 샀다. 너무 좋다!
한 칼에 휙휙 쓰러진다.
오늘 고춧골 가생이 풀들을 션하게 베어 눕혔다.

제초매트를 덮기엔 야생 구기자랑 찔레 등등 잡목이 많아서 냅뒀더니 무성무성 정글이 되어 쳐들어오더라.

낫을 사정없이 휘두르며 전진 또 전진…
한번에 알뜰히 베어넘길 필요는 없다. 금새 또 자라올라올거니까! 대충대강 배어눕히면 잠시는 말끔하다.
아마 이 낫질을 앞으로 세 번은 더 해야할거다.

텃밭 정리를 했다.
지맘대로 씨가 떨어져 자란 돌깨들을 베어버리고 치커리꽃대궁들 베어눕히고 웃자라서 꽃이 피려고 하는 상추대궁들 뽑아버리고
근대도 먹을만치만 냅두고 싹 뽑아 나누고
그러고나니
대파랑 오이 심을 자리가 나왔다.
대파 모종 300여 포기 되는듯…
그거 가을 김장용으로 내다 심고
오이는 연달아 심어야 얻어먹으니까 또 심고
들깨모종도 해야하고
기존 고추가 너무 매워 풋고추용이 안되어 따로 아삭이고추 모종을 구했다. 그거도 심으려면 자리를 마련해야겠네.

거름터미에서 거름 두 구루마 실어다가 골고루 뿌리고 괭이로 파뒤집어놨다.
항시 일손 생기면 해야지 하는 그런 마음을 이젠 내려놔야겠다.
내 손으로 하고 안되면 안 하는 걸로…
그리 맘 먹고나니 편하다.
산딸기와 블랙베리가 익어가더라. 비가 와서 따러 갈 생각도 못했었는데 오늘 일삼아 가보니 산딸기는 비를 맞아 맛이 좀 싱겁고 블랙베리는 아직 덜 익었고 복분자는 이제 여물더라.
이제 일삼아 따러 댕겨야 얻어먹는다.


블랙베리다. 까맣게 익어야 한다.






산딸기도 부지런히 익고 있다. 따면서 입으로 그냥 들어갔다. 그릇을 가지고 갔는데 빈 그릇으로 왔다. 모조리 산녀 입으로 ㅋ
따갖고 가봤자 먹을 사람이 없는걸…
주말에 나무꾼 오걸랑 따러 와야지!

감자는 우리 먹을 것만 겨우 나왔다.
나무꾼은 은근히 일터로 좀 가져갔으면 한 모양이었는데… 안되지… 나무꾼과 다르게 산녀는 내 먹을거 냅두고 남는걸 나누자는 주의다!
나무꾼처럼 내 먹을것까지 아니면 구해서라도 퍼주는 그런 사람이 못된다.
식전일 마치고 아침밥 먹고
오전일 끝내고 맥주 한 캔 션하게 들이키는 중이다. 갈증 해소엔 맥주가 최고다!

갑장친구가 친구들 놀러왔다가 먹고 남았다며 왕창 줬다. 갑장친구는 술 못 마시걸랑~
밭에서 일하고 있으면 뭐라도 마실걸 갖다 준다.
복실이네아저씨도 노상 보면 뭐라도 준다.
우리는 마을에서도 끄트머리에 있는지라 일부로 마을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엔 사람 볼 일이 드물다.
그러니 산녀가 밭에 오락가락하면 반가운가벼!
해서 밭에 자라는 오이며 고추며 등등 따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