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이것도 나물로 해먹는겨?!

산골통신 2025. 5. 26. 11:49

확실히 한국인이 못 먹는 풀은 맛이 없거나 인간이 못 먹는 거라는 말이 맞다!
태초 인간이 처음 보는 풀을 먹어보고 죽거나 아프거나 아무일 없거나 셋 중 하나였겠지.
그러다 먹을게 없으니 죽거나 아프더라도 먹어보려 독을 제거하고 먹는 가상한 노력을 끝없이 했을터이고…
수없는 기근에 초근목피로 살아남은 한민족은 참으로 나물의 민족 맞다!!!

어제 유튜브에서 돼지감자순을 나물로 먹는다는 정보를 접하다…
으잉?! 저거 징한 잡초 아녀?!
이 산골짝 오만군데에 퍼져 자라는 건데… 돼지감자 캐먹어도 되지만 구찮으…
멧돼지가 좋아라 하는거라 쟈들 알면 남겨두지 않을텐데 주로 마을 가까이 있어 못내려오는지도…
뭔 맛이려나?! 맛있다고 하는데 궁금하구만~
오늘 식전 닭모이 주러가는 길에 낫들고 가서 한 바구니 베어왔다.

저기가 원래는 쪽파밭이었는데 호박을 심으면서부터 공터로 되었다가 어느샌가 모르게 쳐들어온 돼지감자 차지가 되었다. 물론 호박도 가생이에 심어서 공생하긴 하는데…
돼지감자 번식률은 어마무시하다. 다른 아이들 자랄 틈바구니 하나 남기질 않더라구!

예전 닭집 울타리 철망도 가뿐히 넘어오더라~

잠깐 낫질에 바구니 그득~ 아이구 이거 맛있나 맛만 보려고 한건디… 싶어 깜짝 놀라 낫질 중단! 낫질한 흔적도 없더라…

유튜브에서 하라는대로 데쳐서 물에 담가놨다. 돼지감자맛을 없애려면 한나절에서 하루는 담가놔야 한다네~
헌데 궁금한 걸 못 참는 산녀!
조금 건져서 무쳐봤다. 뭔 맛인고?!
니맛도 내맛도 없는 그냥 나물맛~
아아주 약한 취나물맛?! 조금 진한 망초나물맛?!
뭐 특별한 맛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길래 은근 기대를 했는데 그닥 산녀 취향은 아니더라는… 워낙 나물을 많이 먹어놔서 그런가?
임금님 수라상에 올린다는 어수리나물도 맛없다고 팽개치는 산녀의 저렴한 입맛인지라…

뭐 그래도 궁금증은 풀렸으니 됐고
울집 풀떼기 밥상에 올릴 나물 반찬 한가지 늘었다.
오는 이들에게 이거 돼지감자순 나물이야~ 좋은거야~ 이러면 다들 잘 먹을듯!!!

오늘 식전에는 아랫밭 고추 순 땄다. 윗밭과 같은 양이 나오더라.
햇살 뜨거워지기 전에 얼른 하고 들어가려고 서둘렀다.

저 방아다리 가운데 달린 큰 고추는 따주는게 좋다는데 그거 따서 어따 쓰냐구… 좀더 두고봅세~ 나무꾼 오면 대거 따서 일터로 보내면 될겨~
요새 나무꾼을 하도 드문드문 봐서 얼굴 까묵게 생김! 독거노인이 따로 있나~ 이젠 적응이 되어 한가롭고 좋네.

장갑을 끼고는 일을 잘 못하는 성정머리라 손이 저모냥이 되었다.
뜯어온 나물 두 가지 데치고 씻고 하는 과정에 다시 깨끗해졌지마는 고추순 따면 손이 저리 물든다.
고추순 따고 들어오다가 딸기를 몇개 땄더니 딸기물도 좀 들었네 ㅎㅎ

제법 먹을게 나온다.
먹을 복 있는 놈만 얻어먹을 수 있는 봄철 딸기다.
꼭 모내기 한창일때 익어서 따먹을 엄두를 못 내거든~

밭에 열무가 잘 자랐다. 배추씨앗 뿌려둔 고랑에도 싹이 다 잘 텄고…
뉘 다 먹나… 이러다 다 달구시키들 뱃속으로 들어가겠네.
산녀가 비건은 아닌데 나물 먹어내느라 팔자에 없는 비건이 되었다.
오늘 아침밥으로 정구지콩가루찜 참나물 취나물 미나리무침 열무겉절이에 밥 반 공기
병아리콩 두유 한 잔~
뱃속에서 뭐라 안 하니 괜찮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