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풀하고는 안 싸울겨~

산골통신 2025. 5. 14. 11:25

이제는 싸우지 맙세~
대충대강 삽시다~
풀은 인간들 눈치 안 보고 지들 뜻대로 살지마는…
어차피 지는 싸움 사생결단하고 안 뎀비겠다는 거지…
이웃들처럼 제초제 약통을 짊어지고 살지 않는한 백전백패 물러서야 한다.

오늘 식전 고추밭 밭둑이랑 토란고랑이랑 산나물밭 가생이 풀들을 낫으로 쳐내고 집어내고 긁어내고 해줬다.
아주아주 최소한만 일을 했다.
고추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고추 줄 밖으로 삐져나간 애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바로 세우고 혹여 두더지란 놈이 굴 파다가 뿌리 건드린 애들 없는지도 잘 살펴야한다.
제초제나 토양살충제를 뿌리면 두더지가 덜 온다는데 그거 일일이 뿌릴 새 없다. 대충 먹고 살지 뭐…
들냥이들이 집 주변에 죽치고 산 뒤로 두더지들이 덜 보이는 듯도 하다. 며칠전엔 두더지 한 마리 사냥해다가 먹고 남겨뒀더만~

들냥이들이 처마밑 제비집을 호시탐탐 노리는데 며칠전 갓 부화한 새끼 세 마리 둥지 밑에 봉당에 떨어져 죽어 있더라. 원인을 알 수가 없다. 부모새들은 아무일 없이 왔다갔다 하는데 둥지에 남아있는 새끼들이 더 있나?!
다음날 처마밑 둥지 아래 봉당에 두 마리는 흔적없이 사라졌고 한 마리만 있었는데 그 세 마리 중 한 마리인지 또 떨어져 죽은 애인지 그건 모르겠다.
참 제비들 살아가는 것도 다사다난 험난하다.
작년엔 제비집이 부서져서 새로 짓질 않나…
올해는 새끼들이 수난을 겪질 않나…
워낙 둥지가 높아서 들냥이들이 한 짓 같지는 않은데 도무지 모르겠다. 남아있는 새끼들이라도 잘 키워서 나갔으면 싶네.

이제 낮에는 뜨거워서 일을 못하겠다.
아침 식전 식후에만 일을 몰아서 하고 낮에는 그늘에서 쉬어야 한다.
이번주에 일손이 생기면 고구마랑 옥수수를 심어야 한다. 뭐 일손 없어도 혼자 할 순 있지만…
그러고나서는 밭마다 헛고랑에 제초메트를 싹다 깔아야 한다. 이것도 일거리다.
이제 밭에 심을건 다 심었으니까!!!

이웃 아지매가 단호박 모종이 남았다고 왕창 주시는 바람에 대략난감~
아뉘 당신네는 달랑 8포기만 심으실걸 왜 60여 포기나 모종을 낸겨?!
사실 호박씨 포트에 넣을때 몇개만 하기도 그렇긴 혀… 씨앗이 많으니 있는대로 다 넣은거지 뭐 그러고는 남으니 여기저기 주는 거고~
갑장총각한테도 주려고 했는데 어델 갔는지
차도 없고 전화가 꺼져있다고~
뭐 하여튼 툴툴거리면서도 거절 못하고 받아와서 고민 쫌 한 다음~
언덕밭 가장자리 밭둑 두 군데에 주루룩 두 포기씩 심어버렸다.
나면 얻어묵고 안 나면 말고~ 밭둑에 풀만 나니까 이거라도 심어두면 풀관리가 되니까 손해날 일은 없다.
단호박이 잘 열리면 갑장총각이랑 나눠먹어야지.

요며칠 미숙냥이 가둬놨었다.
요놈을 저 무도한 노랭이가 노리더라구… 그걸 이놈은 뭘 모르는지 아는지 받아주고…
저거저거 지몸도 건사 못하는 녀석이 덜컹 새끼라도 배면 우짜자는겨?!
처음엔 긴가민가 보고 지나치다가 이틑날 확신!!! 저거 노랭이 녀석이 놀아주는게 아니고 짝짓기 하려는 거야!!!
저건 범죄여!!!
얼른 노랭이를 쫓아내고 미숙냥이를 집어다가 아랫채 마루에 던져놨다.
너 못 나가! 이넘아 너 정신있는겨 없는겨?!

아이들하고 의논 후 저놈 중성화를 시켜야겠다. 2키로가 넘어야 수술을 해준다고 해서 잡아다 몸무게를 재보니 딱 2키로… 쯔비… ㅠㅠ
검색해보니 고양이 몸무게 2키로면 아기냥이 4~5개월짜리란다.
저놈이 작년 7월생인데 말이 되냐구우!!!
수술이 가능할지말지 작은아이가 동물병원엘 데려가보겠단다

그제 다녀간 막둥이 손님들은 숙식비를 지불할테니 앞으로 자기네들 수시로 와도 되겠냐고…
워메~
평화로움 그 자체였노라고~ 너무 좋아서 사진 찍을 겨를도 없이 즐겼노라고…

그래서 숙식비고 나발이고 다 치우고 오고싶을때 오려무나 했다.
앞으로 세상은 아이들 세대로 넘어갈텐데 산녀는 뒷방으로 물러나앉을테니 니들이 알아서 해라 라고 했다.
내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나머지는 니들이 알아서 하면 내 힘들 것 없다. 서로 그리 편하게 살자!
너무 오랜만에 손님들이 와도 힘들지가 않았다. 고방열쇠를 넘겨준 그런 느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