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좋아해주니 고맙지…

산골통신 2025. 4. 16. 16:54

큰아이가 어제 딴 두릅이랑 엄나무순 등등 산나물 사진을 보더니 야단이 났다.
어릴적 흔하게 먹던 나물이어서 질려서 싫어했던…
하지만 나이들고보니 나물만치 맛있는 것이 없고 구해먹자니 비싸고 맛도 그 맛이 아니더라는…

산골 집에가면 원없이 먹지만 생업이 바쁘니 자주 올 수가 있나… 어쩌다 오면 밥상을 풀떼기로만 그득 차려줘도 좋다고 먹고 또 먹었다.

초록이 그득인 산골밥상과 초록이 드문 자기네 밥상이 너무 차이가 난다며 입맛을 다시며 참 아쉬워하더라.
“맛있겠네!
초장찍어묵으면 그만큼 맛있는게 없는데…“

그래서 오늘 한박스 만들어 부쳤다.
아직 날씨가 그리 덥거나 습하지 않으니까 하루정도는 나물들이 택배는 견딜거야!

나무두릅 땅두릅 엄나무순
참나물 정구지 상추 치커리 쪽파 미나리 케일
눈개승마 곤달비(곰취닮은애)
울릉도취나물(부지깽이나물)
한박스 그득 넣어 부쳤다.

이것저것 뜯기 바빠서 사진을 다 못 찍었네…
뭐에 몰두하면 이렇다니께~
종류별로 조금씩만 뜯어 담았다.

큰아이가 말하길~
며느리도 이런 나물 엄청 좋아한다고 내일 받으면 잔치해야겠다고 했단다!

내야 진작부터 보내주고 싶었지만 달라고 하지 않으면 입도 안떼는 산녀 성정머리라 ㅎㅎㅎ
그동안 된장간장고추장도 장단지에 십년도 더 묵은 게 있어도 달라하지 않으면 아무소리 안했다.
어느날 그런 귀한 장이 있었느냐면서 반색을  하더라고~
그래서 한통씩 그득 담아줬지!
이제 큰아이내외는 산골표 산녀표 먹거리가 뭐뭐 있는지 탐색에 나설 것이다.
자기집에 필요한건 자기가 가장 잘 아니까 굳이 시어머니가 이러니저러니 해서 주려고 애쓸건 없다. 달라하면 주고 이런것이 있다는 걸 표현하면 될뿐~

도시에서도 살아봤지만 마트에서 장봐서 삼시세끼 꾸려가기가 참 벅차더라.
돈이 많으면 뭔 문제가 있으랴마는~ 돈이 많아도 마트가면 진열되어있는 것들이 늘상 그 물건이 그 물건이라 뭘 사야할지 뭘 해먹어야 할지 당췌 모르겠더라구…

산골에 살면 철따라 나오는 걸로만 밥상을 차려도 넘치니까 뭘 먹을까 걱정은 크게 안한다.
텃밭에 나가면 또 요즘은 들로 산으로 나가면 널린게 먹을거리라 뭐든 구할 수 있어서 좋다.
어쩌다 시내 마트에 가서 사오는 건 주로 해산물 건어물 육류 뿐이다.

울 아이들은 자라면서 나물이라면 물리도록 먹어서 나중엔 잘 안 먹더라구~
그러던 아이들이 스무살이 넘고 서른이 넘어가더니만 오로지 나물만 찾아대더라~

이번에 오면 나물 원없이 멕여줘야지!
곧 곡우다!
곡우무렵이면 나물 전성기다!
온갖 나물들을 다 먹을 수 있다.
단오 전까지는 독이 없어 다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

오늘은 어제 캐온 취나물 모종을 집뒤 언덕에 심었다.

자잘한 아이들이지만 뿌리가 실해서 잘 살아붙을거다.
내일도 산밭에 가서 좀더 캐와야지.
산나물들 특징이 햇볕이 적당한 곳을 좋아하더라. 너무 햇살이 좋은 곳은  해묵으면 슬쩍 사라지더라구…
큰 나무 밑이나 돌담 밑 그런 곳이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