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요시랑방정 떠는 봄날~

산골통신 2025. 4. 14. 12:05

아까까지만해도 진눈깨비 간간이 내렸다.
아랫채 지붕위엔 허연 서리가 마치 눈처럼 내려져 있고…
세상에 눈이 그리 쌓인 줄 알았네…

해 올라오자마자 다 스러지긴 했으나 옷 한꺼풀 더 껴입고 나서게 하는 추위였다.
겨울옷이 여직 옷장에 버티고 있고  봄옷은 추춤추춤거리다 그냥 있고 여름용 반팔티가 나오다가 도로 겨들어갔다.
참 오기도 힘든 봄에 가기도 힘든 겨울이어라~

그래도 심어야 하는 작물들은 때맞춰 심어야 하고 감자싹은 어김없이 돋았더라.
작년에 수확한 감자로 싹을 내어 심은 감자골 네골은 꼴랑 두 포기 말고는 전멸이었고 사다 심은 감자골 세골 반은 일제히 돋았네라…
그렇다는건 이제 종묘회사들의 손아귀에 우리네 종자들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거겠다.
감자는 늘 집엣감자로 항상 씨를 했었는데 이젠 불가능하게 되었고 고추씨앗도 이런저런 배추니 무 채소 종자들도 사다하지 않으면 안되게끔 되었네…
종자전쟁에다 식량전쟁이 이미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거지.
알면서도 속수무책이다. 곳곳에 우리네 종자지킴이들이 있다하나 소수이고 다수는 그냥 당하고 산다.

이번 비에 작물들이 보약 먹은듯 생생하게 돋아났고 또 씨를 파종하기 좋게 땅이 물을 머금었다.

토란 한 바가지를 갖다가 한고랑 묻었다. 얘는 초기 성장이 워낙 느린 아이기 때문에 묻어두고 잊어먹어야 한다.
호미를 든 김에 토란하고 같은 상자에 보관되어있던 글라디올라스도 꽃밭에 줄줄이 묻었다.
봉덕이가 낮잠자거나 다니는 길을 피해 심었다.
글라디올라스는 지지대를 해줘야하기 때문에 자리를 잘 잡아야한다.

온 마당에 씨가 떨어져 해마다 싹을 캐내야 하는 타래붓꽃~
방티연못가에 있던 타래붓꽃 묵은 덩이를 캐냈는데 그 밑에 숱하게 떨어져있던 씨앗들이 파헤쳐진 흙따라 온 마당으로 흩어져버린거라…
해서 올해도 벌써 두 번째 캐서 심어놨다.

재작년과 작년에 엄청났고 올해는 좀 덜하다마는… 그래도 수십여 포기다.

산골 응달말 이웃 아지매 한 분이 꽃을 좋아하시더라.
어제 느닷없는 점심 초대를 받아 자알 먹고 왔는데 갈때 빈손으로 가기 뭐하야 샤스타데이지꽃화분과 공조팝 화분을 들고 갔다.

작년에 상당에 샤스타데이지꽃길을 만들었었는데 그걸 그 아지매가 보고 홀딱 반하야 씨좀 받아달라는걸 한 바가지 줬었는데 잘 났을라나 몰라서리~
그래 울집에 자라고 있는 애들을 두 화분 갖다줬다. 꽃몽오리가 올라오는 놈들이니까 잘 필겨!
공조팝도 꽃몽오리 둘 올라온 어린 놈인데 빨리 크는 애니까 괜찮을거고!
이웃에 꽃 좋아하는 분이 계시고 인정이 많은 분이라 좋더라…
어제 느닷없는 점심 초대는 나름 사연이 있는건데~
나무꾼이 사주를 좀 볼 줄 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스승 몇 분에게 배웠다고 하더라구…
스승들에게 하산해도 좋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라 나름 괜찮게 보는가벼~
그걸 아는 이웃이 아들 사주를 내밀며 좀 봐주십사… 나무꾼에게 대접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어려우니 친한 산녀를 붙잡고 마구 멕인거라~
먹기는 산녀가 먹고 사주는 나무꾼이 봐줬구만!!! ㅎㅎㅎ
또 엇저녁 이른 저녁을 먹고 있는데 이번엔 양달말 아지매 찾아오셔서 아들 사주 봐주길 부탁하시네…
나무꾼이 집에 있을때가 드무니 벼르다가 오신거라…
해서 이차저차 상담해주고~
이거 원~ 돗자리 깔아야하는거 아닌가 몰러!!!
나무꾼은 어렵게 마음내어 오신거고 근심있어 그런거니 그저 내 아는 작은 지식으로 힘든 마음 풀어드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면 좋지 않느냐 그런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이다.
맞는 말이다. 배워서 나도 살지만 남도 줘야 하는거다!

해서 어제는 참 맛난 것도 얻어먹고 꽃도 나누고 두루 소소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던 재미난 하루였다.

그제 토욜에는 비소식이 오후에 있다하여 서둘러 고추밭 두 군데 갈고 고구마밭 한 군데 갈고 비닐 씌우는 일을 해치웠다.
도시 장정이 하나 온 김에 괭이랑 삽 쥐어주고 일사천리로 불도저 밀듯이 일을 해치웠다.
중간에 비가 막 쏟아져 피하기도 했으나 다행히 지나가는 비여서 다시금 시작~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었네.
비오기전에 서둘러해야하는 건 밭갈아놓은 푸실푸실한 흙이 비를 맞으면 푹푹 꺼지는 진창이 된다. 밭을 갈면 바로 고랑따서 비닐을 씌워야하고 밭 갈은 다음 비오면 질어져서 밭에 절대 못 들어간다. 예로부터 비가 와서 진밭에 아이들이 들어가놀면 밭주인이 쫓아와 혼냈었지.
그래서 일손 생긴 김에 어여 비오기 전에 끝내려고 불나게 서둘렀다!!!

한참 일하다 복실이네 아지매 밭까지 나와서서 자기네 자그마한 마당 텃밭 좀 갈아달라고 부탁하야 그것도 마저 갈고 고랑 따서 비닐까지 씌워줬다. 그분들은 도시에서 이사오신 분이라 농사를 잘 모르신다. 그저 밭이웃인 우리를 믿고 사신다. 밭만 갈아주면 또 어찌해야할지 모르니 아예 우리 일손 많은김에 비닐까지 싹 씌워줘버렸다 ㅎㅎ

그러고는 비가 와자자~ 쏟아지네!!!
크게 한숨 내쉬고!!! 아이구 이젠 비 오던지 말던지 맘대로 해라~ 소리쳤다네!

그날 저녁 모닥불 피워 가마솥 솥뚜껑 삽겹살 궈먹고 소주 다섯병 막걸리 한 병 깠다.

늦은 밤까지 장작 아낌없이 처때며 불멍했다.
그런거지 뭐~ 사는게 별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