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다시 봄날~

산골통신 2025. 3. 20. 15:26

어제는 겨울
오늘은 봄~
내일 또다시 겨울일지라도 오늘은 봄이래~
그러니 옷 한 꺼풀 벗어던지고 햇살을 즐기자!

오늘은 날 풀리면 하기로 했던 일 해야지~
삽 하나 들고 산밭에 갔다.
십년도 더 전에 맥문동을 약에 쓴다고 모종을 갖다 밭에 심었다가 너무 번져서 산밭으로 귀양보내 심어두고 잊어묵고~
생전 울 엄니 정구지밭을 두해걸이로 뿌리를 파서 버리는 걸 아깝다고 줒어다가 산밭으로 귀양보내 심어두고 잊어묵고~
참나물도 심었다가 너무 번져 온 마당에 잡초가 되는 바람에 처치곤란이 되어 갸들도 대거 캐다가 산밭 도랑가로 귀양보내고 잊어묵고~
뭐 그러고 살았더랬다.

오늘 그놈들 좀 캐다가 어따 먼데로 귀양보내기로 ㅎㅎㅎ

이 맥문동이 새끼를 쳐서 온데 사방 자라고 있다.  얘를 한덩이씩 캐다가 여기저기 심었더니 잘 번지더라구~
여기 남아있는 애들이 원 조상이다.
고라니들이 산에 먹을게 정 없으면 얘를 죄다 뜯어먹더라~ 뭔 맛이 있을까 의문이다마는~
올해는 멀쩡한걸 봐서는 고라니들 식량사정이 괜찮았나벼…

한덩이 푹 떠서 담아갖고 왔다.

이놈~ 참나물~ 일명 파드득나물이라고도 한다는데 울엄니는 모시참나물이라 하시더라.
세상참 안 번지는데가 없어~
잠깐 캤는데도 이만치여~
나물맛은 참 좋지~ 향도 좋고!

산밭으로 귀양간 정구지들~
잠깐 삽질 두어 번에 이만치…
파도 뉘 팠다는 흔적도 없다.
정구지는 번식률이 잡풀 저리가라다.
정구지는 소가 잘 먹는데 닭들이 안 먹더라~
그래서 저짝 남녘에선 소풀이라고도 한대.

그리고 울집 마당 구석에 한덩치하는 명자나무 세그루가 뭉쳐 자라고 있는데 은근히 산녀에게 구박받고 사는 애다.
나무꾼이 해당화를 사왔다고 했는데 꽃이 피고보니 명자나무였어. 그 나무가게 아저씨 참…
작년에 꽃이 엄청나게 많이 오고 이쁘게 피어서 삽목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해봤지!!!
이야~ 산녀도 이제 삽목씩이나 할 줄 알고 출세했으요…
첫번은 실패~ 두번째에 성공~ 여섯 그루가 살았다.
올봄에 보니 겨울 잘 나고 새순이 자알 돋더만~
대충 손질해서 이차저차 다른 먼데로 귀양보냈다. 다들 잘 살기다.

봄에는 이런저런 애들 옮겨 심기도 하고 사서 심기도 하고 그런 일 하기 좋은 철이다.
새싹이 돋는 걸 보는 것만치 맘 설레는 일도 없다.
매일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다.

올해 기대가 되는 꽃나무는 수양벚나무다.
수년 전 어린 묘목 다섯그루를 심었는데 작년에야 첫꽃을 몇 송이 보여줬었다. 그러니 올해는 얼마나 꽃이 오려나~
작약도 여기저기 묻어놔서 싹이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꽃이 오래가지 않아서 그게 참 아쉽지만 그래도 이뻐서 봐준다.

봄은 그런 재미가 있다.
그래서 산다.
내일은 언넘을 파서 귀양보낼까~
타래붓꽃을 자리 잡아줘야하는데 고민이다.
얘도 마당을 다 차지하려고 해서 산밭으로 일오재로 귀양 숱하게 보냈는데도 또 그만치 번졌다. 징한 놈이다. 손 좀 봐줘야 한다.

아까 우체국 갔다 오는 길에 응달말에서 여든훨 넘으신 어르신이 숨넘어가게 부르시는 바람에 너무 놀래 후딱 달려가봤더니만 휴대폰이 깜깜이가 되었다고 밝게 해달라시네…
폴더폰이라 만질줄을 모르는데 한참 주무르다가 어케 해서 해결해드리고 왔다.
나름 이 산골에선 젊은축이라 산녀가 눈에 띄면 말없이 휴대폰을 쑥 내미시는 어르신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