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눈 녹은 뒤~

산골통신 2025. 3. 19. 22:37

바람은 참 차다~
지붕 위 하얀 서리가 참 춥게 느껴졌다.
아침 햇살 올라오기 무섭게 싹 녹아 없어졌지마는~

큰아이가 잠깐 다니러온다기에 이것저것 싸주려고 바구니 하나 들고 밭에 갔다.
뭐뭐 있으면 달라고 말을 하더라고 이번엔~

냉이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나름 굵은놈들로만 골라캐서 한 바구니 캐고~
월동시금치 좀 도려오고 부지깽이나물 뜯어오고 쪽파 좀 뽑고

젖먹이 아기 데리고 이거 다듬어 먹을 수 있나~
지난번에는 반찬 만들어줬으니
이건 다른 용도로 쓰라고 그냥 다듬어 씻어만 줬다.
도토리묵 한 솥 쑤어서 담아주고 달걀 담아주고 된장 간장 고추장 한 통씩 담아주고
달래장이랑 무침 한통씩 담아주고…
또 뭘 줬나…
니들 필요한거 말을 해야 알지 말 안 하면 모른다.
말 안 하면 안 줘~ 니들이 알아서 보고 찾아서 챙겨가던가~ 누누이 이야기를 한다.

다 갖고가~ 갖고가면 다 쓸모있어 하고 상대방 의견 무시하고 무조건 막 싸주는 그런 식은 안 혀!!!

산녀는 늘 그러하다. 어떤이들은 자식들을 안 챙겨준다고 엄마 맞냐고 참 무심하다고 뭐라 하는데 사실 자식들은 다 알아서 잘 챙겨가더라 뭐!!! 이런 엄마 만났으니 자력갱생이지 뭐 ㅋㅋㅋ
산녀는 사실 있으면 주고 없으면 안 준다.
없는걸 만들어서까지 해서 주진 않는다. 없다고 딱 잘라 말해버린다.
그래서 아이들이 원하는게 있어서 줄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이 좋다.
어려서는 지겹다 하던 나물들을 이젠 없어서 못 먹겠다고 자꾸 찾으니~
받아서 좋고 줄 수 있어 좋고~

그나저나
이제 땅이 좀 녹고 말랐으니 삽질이 수월하지 싶어 내일은 삽들고 산밭엘 갈거다.
캐올 것도 좀 있고 이런저런 할 일들이 있다.
날 풀리기만 기다렸다.

내일부터는 막 봄날씨가 된단다.
이러다 꽃이 한꺼번에 막 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