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봄비랑 쪽파전이랑~

산골통신 2025. 3. 16. 09:32

이른 아침부터 조용조용 내린다.
이런 날엔 뭐?!
쪽파전이지… 쪽파 뽑아와야겠다~
해물 넣어도 좋고 그냥 부쳐도 좋지!

오늘도 같이 먹어줄 이 없지만 봉덕이 꼬셔봐야지~
이놈이 비를 싫어하는데 나와주려나.

들일하기엔 쪼끔 거시기하지만 농사일 고수들에겐 그리 무리될 일은 없다.
그냥 모자 푹 눌러쓰고들 일한다.
이런날 검부지기 모아서 태우기도 하고~ 응달말쪽에선 뭐 태우는 연기가 올라온다.

냉이랑 꽃다지 좀 캐왔다. 벌써 꽃이 피려고들 한다. 이러면 냉이뿌리가 질겨져서 먹기 좀 그렇다. 냉이철 지나기 전에 부지런히 캐묵자! 냉이꽃이 피면 나물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잡초가 된다. 잘 뽑히지도 않는…

케일이랑 봄동이랑 시금치랑~ 대충 뽑고 뜯어다가 씻어 다시국물에 끓여 건져먹었다.
밥하기 싫고 차가운 냉장고 반찬 꺼내기 싫을때 뜨끈하게 샤브샤브식으로 해먹으면 좋다.
앞으로 간간이 이렇게 해먹으려고…

곧 이런저런 산나물들이랑 텃밭 나물 나올거니까 하루 일 마치고 집에 들어올 때 한 줌씩 뜯고 캐다가 해먹으면 괜찮겠다.
대부분의 세월을 혼자 지내는지라 반찬 거하게 따로 만들고 요리씩이나 하는 건 식구들이 오거나 손님들이 왔을때 뿐이다.
그러니 이렇게 단촐하게 영양가있게 해먹기에는 이게 최고지 싶다.
겉절이나 샤브샤브나~
그리고 다 넣고 국이나 찌개…

이맘때의 봄은 온 들에 하얀 냉이꽃과 노란 꽃다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모습으로…
그 위에 검은 거름이 흩뿌려진…
그 각각의 색들이 떠오른다.
봄 시작을 알리는 색이다. 인간들이 갈아엎으면 싹 사라지는…

오늘은 일 안 할란다.
쪽파전이나 해먹고 봉덕이랑 미숙냥이랑 봄비멍이나 해야지…

오전 내내 비가 뿌리고 비 그친 뒤에는 바람 불고 우중충하길래
뭔 일하기도 글코해서리~
닭집에 가서 알 꺼내오는 길에 쪽파밭에 들러 쪽파 한 바구니 뽑아왔네~

이거 다듬는 것도 일이여~
참 내혼자 먹자고 하기도 글코…
그래도 내 입도 입이란 말이지…

냉동실에 남아있던 홍합이랑 바지락이랑 오징어랑 꺼내서 아까 꺼내온 달걀이랑 두루 섞어서 훌훌 부쳐냈다.
모양새는 우습지마는~ 맛은 좋더만~

일일이 파를 팬에 가지런히 놓고 어쩌고 하기 구찮아서 다 썰어서 섞어버렸다.  뒤집기만 어렵더라구~

세 장 부쳐서 두 장 먹고 한 장 남았는데 이따 마저 먹을까?
오늘은 봉덕이가 상대를 안 해주네~
이놈은 비 오는 날을 싫어한다.
물을 그리 싫어라 하더라구…
샘가에서 물을 틀라치면 어느새 멀찍히 도망가버린다.
쪽파전의 영원한 짝꿍 막걸리도 있지마는~
권주가 땡겨주는 이 없어서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하여튼 이렇게 봄비랑 쪽파전이랑 오붓하게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