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복은 타고났다.
식전 마당에 내려서서 하늘을 바라보니 잔뜩 찌푸려져있더라.
그래도 그리 춥지 않고 바람도 없어서 얼마나 다행이냐 속으로 안도를...
그짝 김장 일정에 맞추려면 오늘 오전 중으로 절여야 오늘 밤이나 내일 새벽에 씻어 건질 수 있으니 서둘러야 한다.
나무꾼은 이따 저녁 늦게야 도착할터이니 천상 산녀 혼자 해야한다.
뭐 언제는 혼자 안 했나 뭐~ 새삼스럽게시리 ㅎㅎㅎ
해마다 이 단체에 보내는 김장배추 절이기는 항상 혼자 했었다.

비닐하우스 안 배춧골 두 고랑~ 희한하게 가을이 길어서 볼품없던 배추들이 막판에 힘을 내어 속이 찼다.
그래도 반 정도가 포기가 부실해 은근 걱정이 되던차 며칠 전에 이웃 아지매가 스물두 포기를 선뜻 가져가라하셔서 얼른 가서 영차영차 실어다 놨었다!!! 복받으실겨유~ 아지매!

갑자기 닥친 추위에 배추가 얼까봐 비닐하우스 문 단속하고 부직포로 덮어놓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네!
그 바람에 무쟈게 신경이 쓰이고 힘들어 그만 나무꾼을 통해 그 단체에 내년부턴 11월 중에 하자고 청을 넣었다!
날씨가 엥가이 추워야 말이지...





또하나 난제는 마당 수도가 얼어버렸다는거...
오전 중에만 물이 나와도 절이고 씻고 하는 건 할 수 있는데 낭패로다... 매일같이 아무리 틀어보고 기다려봐도 한번 얼어버린 수도는 햇살이 엄청 좋지 않는 한 안 녹더라!
그래서 포기!
집안에서 하자!
우리집은 좁아서 안되고 엄니집으로 갔다.
다행히 큰 고래통이 들어간다. 주방 문도 떼어내면 들어가겠구마는 그렇게까지 하기가 ㅎㅎㅎ
혼자 안 돌아가는 머리 굴려가며 이 궁리 저 궁리 열나게 하면서 일을 했다네~
자아~ 필요한 통들 소쿠리 바구니 바가지 온갖 도구들을 총동원~ 엄니집으로 실어날랐다.
소금도 한 푸대 갖다놓고~
텃밭 비닐하우스에서 좋은 놈들만 골라 42포기 다듬어서 여러번 나누어 수레에 실어날랐다.
까이꺼 얼마 안 되네~
혼자 해서 힘든거지 일 축에도 안 낀다구!
큰 고래통에 소금물 짭짤하게 만들어 배추를 반 쪼개어 착착 넣었다.
그 위에 큰 다라이를 올려놓고 물을 그득 담았다.
그러면 절여지는대로 쑥쑥 밑으로 내려가면서 소금물에 다 잠겨서 금방 골고루 절여진다. 뒤집을 필요도 없다! 오늘 저녁늦게라도 다 절여지면 씻어 건지고 안되면 내일 새벽에 하면 된다.




(잘도착되었다는 연락 받음! )***
일 끝!
맛난거 해묵고 쉬자!
내일은 배추싣고나서 쌀방아 거하게 찧어야 한다.
쌀은 서울로 무료급식소 운영하는 지인한테 갈거다.
몇 가마가 되려는지 찧어봐야안다. 택배가 이 골짝엔 안 들어오는데 이웃 마을로 가는 차라도 불러서 부쳐야지!
(쌀방아는 바쁜 일정에 다음으로 미뤄졌다.
일손 생길때 하기로... 시방 이런저런 일들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