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업자 득 자 작자 수
이 말이 맞지 싶다.
몇 주 전
사고가 하나 있었다.
작은 짐차를 몰고 비탈길 후진을 하던 나무꾼이 미처 길과 비탈을 묵은 풀덤불때문에 구분을 못하고
차체가 기울어져 전복이 될 뻔한 그 기맥힌 타이밍에 뛰어내렸단다...
판단을 참 잘했지... 순간 판단~ 신속 몸날림...
팔꿈치에 작은 생채기 하나
땅 바닥을 짚으면서 생긴 손가락 통증 그 외엔
무쟈게 놀란 거 밖엔 없었고
짐차는 두 번을 그대로 굴러 멀쩡히 착지를 했다.
장정 넷이 덤벼들어 비탈 밑에서 끌어냈고
차는 여기저기 타박상을 입긴 했으나 엔진 이상은 없었다.
산골에서 농사일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그 즉시 나무꾼이 뛰어내리지 않았으면 그대로 차체에 깔려... 생각만 해도 기맥힌... 끔찍한...
몇년 전 경운기 전복 사고가 있어 사람 하나 죽은 일이 있었는데 이번과 흡사한... 그 사람은 뛰어내리지 않고 경운기와 함께 떨어진...
뛰어내려 무사했다는 그거 하나로 다행이다 싶어 며칠을 그냥 넘겼는데
후유중이 하나둘 나타나더라.
안 다쳤다 생각했던 다리도 아프고 손가락도 붓고 등등...
병원에서 치료받고 이젠 괜찮다.
가만 생각해본다.
이게 과연 저 산밭에 뭔가가 있어 해꼬지를 하는 건가...
뉘 말하듯 당짜가 붙어 으시시한 곳이라 마을 사람들 혼자서는 절대 안 올라간다는 그런 곳인지라...
그래서 동티가 나는 건가... 이 터 건드리지 말라는 뜻으로...
그래서 저번 트럭사고가 두번 났을 때 간단한 삼색나물 고기 떡 술 해서 고사 비슷하게 지냈었다.
좋은 게 좋은 거고 엄한 사람 사고나지 말라는 마음 위안 삼아...
그럼 이번 사고는 무얼까?
우릴 해꼬지하는 주위 인간들 다치는 것도 동티 난 건가? 아님 그냥 단순 사고인가...
이번 나무꾼의 사고도 동티인가? 아님 실수로 인한 사고인가...
한바탕 언쟁이 벌어졌다.
산녀의 주장은 자업자득 자작자수라는 거다.
저 산등성이의 <청량하고 서늘한 기운>은 인정한다.
그러나 저 기운이 뭐 할 게 있다고 인간들 해꼬지를 하는가...
그냥 존재할 뿐이지...
올봄 트럭 사고는 길이 험해서 난 것이고 길가에 심은 나무를 피하다가 난...
길가다 미끄러져 뼈 부러진 사고는 살얼음 조심안한 부주의고
이번 짐차 전복 사고는 후진시 길과 비탈을 분간 못한 실수 아니냐!!!
그걸 왜 저 산에 뭐가 있다. 동티가 난 거다. 고사를 지내야한다... 그런 걸로 덮느냐!!!
만약 동티가 난 거라면 나무꾼은 절대 사고 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사고가 났다는 건
그런저런 기운들이 힘을 쓴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걸 증명하는 거다.
서낭대신도 없고 산신령도 없다.
설사 있다해도 그들이 이런 일에 인간들에게 힘을 쓰는가...
웃기는 거 아니냐... 경고라고?
다 부질없다.
자업자득 자작자수다.
스스로 짓고 스스로 그 결과를 받는 거다.
언행으로 생긴 이런 저런 결과를 신이 있어 그렇네~ 뭐네 할 필요가 무에 있냐 말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는...
연기법 인연법에 의해 돌아가는 자연 아닐까...
자업자득뿐 아니라 공업공득 공작공수도 있긴 하지... 나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께...
그래도 그래도 마음 위안 삼아 막걸리 세 병 들고 산에 올라가 술을 붓고 절 세번씩 하고 내려왔다.
참 그 기운은 뭐라 말 못할... 쨍~ 하니 맑은 그 청량함이라...
내 몸 내 살펴 조심 조심해야하고
남 탓 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그리고 인간의 존재 자체가 자연에 거스리는 게 많은지라...
이런저런 불상사 일어나는 건 어찌할 수가 없다...
감수해야지.
천지신명은 있다고 믿고 싶으나 그게 인간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지...
그러라고 있는 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