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상황 2

산골통신 2018. 5. 17. 18:33

 

 

 

음...

역시나 예측 불가능 나날이라...

감자밭과 텃밭 풀을 어찌해보자고 했던 건 역시나 야무진 꿈이었다나...

 

조선파씨를 72구짜리 모종판 5개에 들이붓고 물 주고 차양막 덮어준 뒤...

마침 생각난 쌀방아!!! 하마터면 이자묵을 뻔!

내일 아침에 가지러 온다는데~

클날뻔~

 

그래도 밥이나 묵고 보자 싶어 정짓간 들어가 상추 대충 뜯어넣고 갖은 양념장에 쓱쓱 보리밥 비벼 한술 뜨고

걍 양푼 째 먹기는 좀 거시기가 거시기하야...

큰 접시 하나 꺼내 이쁘게!!! 담아 먹었네~

뭐 그래봐야 입 속에 들어가면 그게 그거지만서도 ㅋㅋㅋ

 

쌀방아 40키로라...

왕겨 나가는 곳 열어놓고

당가루 푸대 점검하고

깜부기 나오는 곳, 돌 나오는 곳 열어두고

쌀 도정 분도수를 맞춘 다음

나락을 퍼붓고

전원 연결하고

나락 개폐기 쌀 개폐기 착착 열어

쌀을 찧는다!

 

요즘 세상 좋아~ 까막눈이라도 가정용 정미기는 다룰 수 있다니께~

한참 찧다보니 50키로를 찧어버렸네~

산녀는 역시 산수를 못혀!!!

아님 모자르는 꼬라지를 못 봐넘기는 매사 넉넉해야만 하는 중증환자일지도...

뭐 여튼 남으면 내 먹으면 되지...

푸대에 담아 포장해 놓고

방아찧으면서 나온 찌끄래기들 쓸어담아 닭집에 갖다 부어주니

이노무 달구새끼들 정미기 소리 나면 으레 지들 먹을 거 나오는 줄 알고 졸졸졸 따라붙는다! 학습효과인가~

 

병아리들 잘 있나~

1호 2호 엄마닭들 안 싸우고 잘 지내나 딜다보니

또 알낳는 닭 한 마리가 어케 들어왔는지 또 들어와 알 낳고는 못 나가서 안달복달~

알 품는 예비엄마닭 한 마리는 지 알 훔치러 온 줄 알고 깃털 세워가며 그놈 내쫓으려 알은 내동댕이 쳐놓고 야단법석~

이 망할~

안 되것어! 오늘 결판을 내자!!!

어데 구멍이 있어서 자꾸 들어오냐???

어데 구멍이 있길래 못 나가고 이 난리북새통이여 허구헌날~

왜 멀쩡히 잘 들어와놓고 들어온 구멍을 나갈때는 왜 못 찾아!!!

 

작심하고 구멍 찾기에 돌입!

 

아하!!! 참 희한한 일일세~ 전혀 사람 눈엔 안 띄어!!!

손으로 일일이 더듬어가며 기어이 찾아냈네!!!

 

끈을 가져와 빈틈없이 막았네!

이래도 지놈들이 들어오려구?!

그래도 들어오면 귀신 곡할 노릇이여!!!

 

비가 후두두 시작한다.

 

해가 저물어간다.

바깥에 나가 놀던 닭들 슬슬 들어와 홰로 올라갈 준비하고

1호, 2호 엄마닭들은 평화협정을 맺었는지 역시나 짐작대로 공동육아에 들어갔다.

병아리들도 이 엄마 저 엄마 자유롭게 오가며 논다.

 

후덥지근한 날씨가 비 한 방울 뿌리더니 금새 선선해지네.

흔들그네에 앉아 이 글 치며 하루를 정리한다.

 

오늘은 계획대로 된 건 텃밭 고추 100포기 줄 맨거 하고 산밭 풍접초 한 판 심은 거 뿐일세~

 

감자밭은 오며가며 쳐다보지도 못 했고

고추밭은 쳐다보기는 했다.

 

뭐 그런 거지 뭐~

이런 일이 어제오늘일인가 뭐~

 

묵은 씨앗을 오늘 발견할 줄 뉘 알았으며

달구새끼가 그 말썽을 피울 줄 뉘 알았노!

아참! 또 한 마리 알 품고 있던데...

알 꺼내려다가 막 쪼였네~ 아파라...

 

저 놈을 밤중에 몰래 가서 둥지채 들어다가 병아리육아실로 들여놔줘야하는데

이따 밤중에 안 까묵고 할 수 있을까나...

 

인형알바 하느라 눈 빨개져서 홀라당 이자묵을겨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