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수 도모터가

산골통신 2017. 12. 13. 21:09

얼어터지기 직전 기사회생하다...

 

3박4일간 산골을 떠나 도시볼일을 보고 온 뒤...

아이 추워를 연발하며 얼렁 집안으로 들어가 여기저기 안부를 여쭈었지...

 

닭집 물은 땡땡~

가장자리 대낮 햇살에 녹은 부분을 부리로 쪼아먹은 흔적이 보이고...

뜨거운 물을 한 주전자 받아다 녹여주려고 부엌 물을 틀어보니

에헤라~ 데야!!!

안 나오네!!!

 

기겁을 하고 소리소리 질러가며 뛰쳐나가 수도모터를 열어보니

열선이 안 꽂혀져 있네!!!

이 무신 기맥힌 일인고!!!

 

나무꾼에게 물으니 여름에 불필요하다고 뽑아놓았다네~

흐이구야... 그럼 겨울 오면 다시 꽂아놨어야지 ㅠㅠㅠ

 

급하게 할매집으로 뛰가~

물을 틀어보니 다행히 나오긴 하네~

후딱 화장실 뛰가~ 보니...

맨눈으로 봐도 얼어터졌네!!!

세면대와 욕조 수도꼭지에 고드름이 달렸네...

양변기 안은 얼음이고...

 

저 화장실 지은 놈!!!

욕 바가지로 먹어도 된다~

뭔넘의 화장실 수도선을 외벽 밖으로 붙여놓고

벽이음새 틈으로 하늘이 보이냐 그래...

지금은 저세상으로 갔다는데

그래도 이맘때 겨울이면 산녀한테 욕 억수로 얻어잡숫는다!!!

제삿밥 대신이유!!!

 

저지랄로 지어놓은 화장실 때문에 생전 할매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ㅠㅠ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한다...

하지만 후손 주인이 없네 ㅠㅠ 뉘 할꼬...

 

당장 급한 울집 수도모터는 우째야 하나~

가스난로를 가져다 왕창 틀고

열선 다시 꼽고 기다린다!!!

지금 이 시각 와줄 설비업체 아저씨는 없다!!!

 

산골살면 맘씨좋고 기술좋은 설비업체 사장님 몇 분은 필수적으로 사귀어놓아야 한다!!! 이건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쇄뇌를 시켜도 될 일이다!!!

 

설비업체 사장이 가르쳐준대로 가스난로로 뎁히고 열선꽂아놓으니

몇시간 걸린다던게 단 수십분 만에 얼었던 모터가 녹았다!!!

 

물이 콸콸~ 쏟아진다!!!

오메 워메 반가운거!!!

 

이제 됐다! 어제그제 한파에 살짝 얼었나벼!

집도 비어서 물 쓰는 이도 없고 그러니 얼었지!!!

 

이럴때를 대비해 열선을 감고 꽂아놓은건데 ㅠㅠㅠ

 

뭐 여튼 물은 나오고...

밥은 해먹을 수 있었다~

 

난또 밥하려고 바가지에 쌀 담아서 할매집으로 가려했는데 ㅎㅎㅎ

 

사람이 물이 있어야 하고 길이 있어야 하고

밥이 있어야 하느니~

자고로 물 막고 길 막고 밥 안 주면 그 사람은 잘 안 된다켔어!!!

 

다행히 밥을 해먹고 씻고 나니 허허허~

웃음이 나와 실실 쪼개고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