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일 많이 한 나날...
김장은 뉘가 먼저 시작했노...
배추 140여 포기
여수돌산갓 4단
적갓 두 다라이~
쪽파 한 다라이~
이제 우리 이것만 파묵고 살자!!!
마늘 세 접을 사흘에 걸쳐 다 깠다.
뭐 놀며쉬며 깐지라 하루일거리가 사흘로 늘어난거이지...
배추 이백여 포기가 눈도 맞고 비도 맞고 바람에 서리에 얼었다 녹았다 아주 고생을 하고 있었지.
산골이웃들은 진작 뽑아서 헛간에 이불덮어 보관해두었다 김장을 하더라고...
우리야 시간이 없으니 그냥 날만 잡아놓고
먼저 시간나는 사람이 배추뽑아나르기~
도시장정 하나 외발수레 끌고 언덕밭 배추를 실어나르고 있더라~
두 사람이 배추 칼질해서 다듬어 쌓으면
한 사람이 소금물 만들어 배추적셔 소금쳐서 통에 차곡차곡~
이백리터짜리 이따만한 통이 있는데
그거 배추 대량으로 절이긴 안성맞춤!
일단 한집이 30포기 또 한집이 40포기
못 온 한집은 빼고~
우리꺼 50포기만 절이려고 했더니
이 도시장정이 70포기로 맘대로 계산~
장장 140포기를 절여놨네그랴 ㅠㅠㅠ
우째~
버릴 수도 없고 해야지...
맨날 김장때마다 먹는 수육은 치우고
닭털 뽑는 기계를 뚱땅거리고 만들었으니
그거 시운전할겸 닭이나 잡으러 가세~
장정 둘을 거느리고?!
닭잡으러 갔다.
한 사람 푸대 들고 한 사람 후레쉬 비추고
잡기는 산녀가 잡았노라 ㅠㅠ
깜깜 밤중에 닭잡는게 얼마나 쉬운데 그걸 못햐 그래 ㅠㅠㅠ
가마솥에 물 끓여 닭털을 푹 적신 다음
탈모기에 넣고 전원 연결하니
우두두두~ 막 돌아간다!!!
뭐 완제품이 아니라 엉성하게 만든거라 중간중간 털 낑긴거 뽑아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일단 성공 대성공!!!
말끔하게 털이 뽑혀져나오더라!!!
아 물론 날개죽지 가장 큰 깃털은 몇개 남아있더라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우와~
대박!
칼을 자알 갈아놓아서 닭 해부도 수월하게 했고
장닭 여섯마리를 순식간에 잡아버렸네라~
배추를 절여놓고
막걸리에 소주에~
모닥불 피워놓고 한 판 벌리고
다음날...
배추 뒤집기를 두번 정도 한 다음
때마침 도착한 새로운 도시장정과 함께 배추씻기~
한 사람이 배추 날라다 초벌 씻기를 해주면
두 사람이 배추를 속속들이 씻고
한 사람이 잠방에 날나리~ 배추를 진열한다!
몇해째 이리 하니 이젠 뭐라 시키지 않아도 자동으로 척척이다!
자아 이제 양념준비를 해볼꺼나~
대파 쪽파 뽑아다 다듬고
무우 구덩이에서 필요한 만치 집집마다 꺼내고
참깨랑 들깨랑 고추랑 방앗간에 맡겨 기름짜고 가루내고 빻고 한거 찾아오고
적갓이 잘 자랐길래 한 구루마 싣고오고
집집이 각자 가져갈 것들 챙겨가게했다.
모든 것이 자율적으로 원하는대로~
가마솥에 참나무장작불 때서 닭 두 마리 삶는다.
마늘 듬뿍 넣고
육년근 도라지 삼대신 캐서 넣고
양파랑 소금이랑 넣고 푹푹 고았다.
국물이 일품이네!!!
수육보다 훨 낫네~
토종이고 풀어놓아먹인 닭이라 질기긴 억수로 질기네그랴~
한시간 정도 더 고으면 좀더 나았으려나...
날이 따스해도 겨울인지라 바깥일 한데일 물만지는 일을 하다보니
춥다!
뜨신 국물 한 대접 들이키니 그제사 몸과 속이 풀리더라...
김장재료랑 절인배추를 차에 그득그득 실어 갈 사람은 떠나보내고
남은 우리는 우리 김장을 시작한다.
다같이 버무리기엔 너무 바빠 버무리는 건 각자 취향대로 알아서 하기로 했다!
양념 만드는 일이 어지간하지...
들어가는 재료도 어마어마하고...
나무꾼과 산녀는 일을 분담하기로 했다!
다아 사람이 살자고 하는 일인데 죽자고 하면 안되는거여...
나무꾼이 무 40개를 채칼로 채썰고
산녀가 마늘생강 갈고
적갓 대파 쪽파 쫑쫑 썰고
찹쌀죽 두 솥 해놓고
새우젓 멸치액젓 매실액 꺼내놓고
올해 사과는 뺐다. 하다보니 까묵었어...
다시마 표고 무 양파 넣고 육수 넉넉히 한솥 우려내고
자아 이제 준비된 것들 죄다 갖고오소!
이따만한 다라이에 무 채칼로 썬거 들이붓고 찹쌀죽 두 솥 통째 들이붓고
대파 쪽파 두 소쿠리씩 썰어넣고
적갓 두 소쿠리
새우젓 한통
멸치액젓 반통
마늘생강 갈은거 들이부으니
우와~ 엄청나네
백포기 양념을 하자면 이 다라이로 그득해야 맞더라고
70포기니까 삼분의 이 정도만 하면 되지싶어...
대충 감잡고 척척 들이붓고나서
나무꾼보고 힘 좋으니 이것 좀 섞어보소!!!
음.., 고추가루가 좀 색깔이 안 나네...
열근 한 봉지를 다 들이부었는데도...
한 봉다리 더 갖고 와서 넣어가며 섞었다.
열네근 정도 들어간듯...
육수를 넣어 버무리고 멸치액젓으로 간을 맞춰간다.
우린 소금으로 간을 절대 안 한다. 왜냐하면 배추에도 소금기가 남아있고
소금이 녹아 스며들기 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바로바로 간을 정확히 볼 수가 없어...
마지막으로 매실액을 부어 적당히 매콥짭잘달콤~
맛을 찾아
맛을 봐가며 가장 맛있는 지점! 을 맞춘다.
나무꾼이 드뎌 됐다네!!!
음... 그럼 된겨!!!
배추포기포기 물기를 꾹꾹 짜서
양념 넉넉히 쳐발쳐발해가며 맛나게 버무려놓고
남은 양념으로 젓갓 두 소쿠리 여수돌산갓 한 소쿠리 쪽파 한 소쿠리 버무리고 나니
이야~ 다 했다!!!
말끔히 마쳤네!!!
김치냉장고 두 칸에 차곡차곡 쟁여넣고
김치통마다 그득그득 담아넣고
나니 이제 한시름 ...
뿌듯 뽀듯~
이제 뒷설거지가 또 만만치 않다마는...
그건 내일까지 하고
오늘은 쉬자..,
다 사람 살자고 하는 일
죽자고 할 건 없어!
묵은지 다 꺼내서 통정리 해놓고
삭아서 못 먹을 건 닭들 간식용으로 내다놓고
먹을 수 있는 생생한 김치포기들만 따로 담아놨다.
그게 한나절 걸리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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