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란 늘 그러하다...
무얼 해야하나...
고민아닌 고민 씩이나 하며
매일 아침 눈 뜨면 하는 일들이 있다.
봉당에 나서 신발을 신으며 마당 한 바퀴...
텃밭 한 바퀴~ 쌀뜨물 나온거 한 바가지 열무고랑에 골골이 부어주고
닭집에 올라가 문 열어주고 나물다듬고 난 것들 등등
닭집 한 켠에 부어주고...
닭들 백미터 달리기 하는 사이 몇마리인가 순식간에 세어보고...
병아리식구들 잘 있나 딜다보고
알 낳으러 들어간 암탉들 방해 안 되게 살금살금 뒤돌아 겨나온다...
민달팽이가 여러마리 눈에 띄어 달팽이를 유인해 죽이는 약을 군데군데 놓았다.
엥간하면 약을 안 놓으려 했는데
이놈들이 엥간히 처먹어야지 말야...
배춧잎을 거미줄처럼 맹글어놓으면 어카냐?!
내도 좀 얻어묵어야지... 내가 심겄는데 니들이 다 묵으면 안 되지!!!
안 그래?!
그렇다고 니들이 죽을죄를 진 건 아니다만...
저 아래 무우랑 달랑무랑 시금치랑 등등 씨앗 뿌려놓은 밭에 가보니...
돌산갓이 전멸이라... 그 고랑엔 쇠비름이 마치 씨를 들이부은양... 빼곡히 싹이 터서 자라고 있더라...
깔끼를 가지고 가서 척척 긁어서 풀을 걷어낸 후 밭고랑을 골라낸 다음 거기다 삼동추씨앗을 흩뿌리고 깔끼로 다시 갉작갉작 해놓았다. 한 고랑 반...
내년 이른 봄에 나물 귀할 철에 자알 묵겠당!!!
시금치씨 뿌린데도 난데는 나고 안 난데는 텅텅...
이걸 어쩌냐... 개폼잡고 고민을 하다가 냅뒀다.
어차피 얘들 월동해야하고... 내년 이른 봄에 다시 돋을 터이니...
그때가서 봅세!!!
무싹이랑 달랑무싹을 하나씩 좋은 놈만 남기고 솎아줬다.
이 솎아낸 나물이 한 양동이 되네...
이걸 뭐해먹지?
닭집에 던져주면 웬 횅재!!! 하고 달려올터이지만...
그러긴 아깝고...
생각궁리끝에
점심에 물 흥건히 붓고 멸치다시마표고육수 내서 나물 듬뿍 넣고 칼국수 끓여묵었다.
담백하니... 맛나더라.
국수보다 물보다 나물이 더 많이 들어간...
나물만 열심히 건져먹게 되는...
뒷골밭에 멧돼지 퇴치용 태양광등을 여섯개 더 달았다.
산밭에도 네 개 더 달고
그 효과는 반신반의이나...
뭐라도 해야지 두손잽이하고 있을 순 없어서...
크레졸 약통도 조만간 사와서 달아놓을거다.
뭐든 닥치는대로 해야한다.
멧돼지들이 집 근처까지 내려온다...
모르지... 우리들 다 자고 있을 때 마을 길을 활보하고 다니는지도...
나무꾼은 예초기를 들고
선녀는 낫을 들고
산밭 풀을 쳐나간다.
나무꾼은 저짝에서 해들어오고
선녀는 이짝에서해들어간다!
예초기가 못 해내는 사각지대는 선녀가 해나간다.
벌에 쏘인 적이 많아서 이번엔 방충모자를 덮어쓰고 낫질을 하는데
어느틈엔가 왼쪽 귓바퀴를 쏘았나보다.
아이구야... 퉁퉁 붓고 뜨겁네...
그래도 얼굴 안 쏘인게 어디냐 싶어 툴툴거리다가 말았다.
대충 해질녘까지 하다가
가져온 새참~
맥주랑 소주랑 멸치랑~
쏘맥 한잔씩 걸치고 서산 노을 감상하며...
깜깜해져서야 내려왔다.
서둘러 닭집 살펴보고 알 꺼내고 문 닫아주고...
하루 일 마친다!
늘 하루 쳇바퀴는 이러하다...
달이 아직 덜 둥글어 비스듬히 내 머리 위에 떠있다.
뜰아랫채 툇마루에 걸터앉아 이 글을 다다다~ 두 엄지손가락으로 두들기며...
참 세상 희한하다 그치~
이제 마당 풀모기들은 힘을 잃었나보다.
아까 산밭 산모기들은 따끔거리던데...
이제 가을꽃들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