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햇살에는
일 못 한다.
짧디짧은 이 가을을 한껏 즐기고파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동동거려보지만
대낮에는 그늘로 피해야한다.
습도가 적어 건조해서 그나마 견딜만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음력 칠월이라... 뜨겁고 뜨겁다.
새벽 찬이슬에 적셔가며 봉당에서 마당으로 텃밭으로 들로 나서다보면
찬기운에 몸이 오소소 떨리기도 하지만 지금 이때 이 기운을 못 느끼면 금새 지나가버려...
참 아깝고 아깝다...
무 배추들은 한껏 잎을 내어 자라고 있고
세알씩 씨뿌려 난 무싹들을 좋은놈 하나만 냅두고 솎아내어
나물겉절이 해먹는다.
요즘이 한참 좋을때다. 더 있으면 억세져서 못 먹는다.
열무가 자라올라오기까지 무싹들이 그 틈새를 대신해준다.
이렇게 타이밍만 잘 맞춰 씨를 뿌리고 모종을 하면 사시사철 밥상에 나물이 떨어지지 않겠더라.
배추들은 아직도 아까워 못 뽑아먹고 있다.
허드레로 솎아먹을 배추씨를 뿌렸어야 했는데 뒤늦게 깨닫고 허겁저겁 지난주에 한 귀퉁이에 뿌려놓았는데 아까 가보니 싹이 텄더라.
무 두고랑 달랑무 세 고랑 돌산갓 한 고랑 시금치 한 고랑 배추 한 고랑 반...
무싹이 제일 먼저 트고 배추가 뒤이어...
시금치가 삐죽이 간간이 내밀고 달랑무가 드문드문...
갓이 아직 무소식이네...
어여어여 저 배추가 쑥쑥 자라야 솎아묵지~
겉절이에 배추국에...
장마철에 모종을 한 상추들이 이제 끝물이 되고
장마끝나서 뿌린 상추씨들이 제법 자라올라 속아 먹어도 되겠더라.
쟈들 끝나고 이어 먹을 씨앗을 아마도 구월말이나 10월초쯤에 뿌려줘야 초겨울까지 먹을 수 있고 비닐하우스에 월동시켜 이른 봄에 나물 귀할 때 상추를 밥상에 올릴 수 있다.
잊지말고 씨앗봉지 꺼내놔야지.
가을 꽃들이 한창이다.
강렬한 붉은색 꽃무릇 상사화가 일제히 피어올랐고
벌개미취 개미취들이 보랏빛 들국화를 피어올리고
늦장미가 빨갛게 작은 꽃몽우리를 맺었다.
꽃범의꼬리는 끝물이다.
뒤이어 코스모스가 시작을 하고
한련화가 봄에도 피더니 지금 다시금 잎을 무성하게 일으켜 꽃을 자잘하게 피어올리더라.
그리고 아직도 이름모를 꽃무더기도 피고
참취꽃 쑥부쟁이꽃이 하얗게 마치 떡가루 뿌려놓은 양 피기 시작한다.
도라지꽃도 더덕꽃도 피고지고 들어갈 참이고
산국은 아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