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 차고 넘치고...
상당 웅덩이가 생긴 이래
처음 만수위...
한번만 더 저 정도의 폭우가 쏟아지면 넘치겠는걸~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 넘치는건 아마 파이프에 연결된 틈새로 새어나오는 물줄기 때문일까...
일년열두달 이 정도로 물이 양쪽으로 흘러나왔으면 하는 바램 아닌 바램...
유공관도 여기저기 묻어서 물길도 잡았으니까...
들깨농사 고추농사 맘을 비우고 털레털레 산으로 올라가
나무꾼은 예초기 울러매고 풀을 베고
선녀는 호미들고 웅덩이 주변을 다듬는다.
연못 둑에 어차피 풀 밖에 안 자라니까 여기다 꽃밭을 만들자싶다.
비탈이 졌으니까 다락논처럼 계단을 만들어보자.
달랑 호미 하나로 만들었다.
연못을 가로질러 새끼뱀 한 마리 유유히 헤엄쳐 이쪽 둑으로 오네...
전같으면 방방뜨며 저놈 잡아야 한다고 쪼차갔을텐데
살금살금 다가가 어케 생긴 놈인지 구경하고 있었다나...
나무꾼이 말끔히 깍아준 연못주변...
나머진 내 일거리~
이 주변에 죄다 작은키의 꽃들을 심을거다.
무얼 갖다 심을지 어직 연구 중.
물가에 잘 자라는 애들
키 작고 무리지어 잘 자라는 애들
월동을 잘 해서 씩씩한 애들
그런 애들이 선택될거다.
저 물이 솟아나는 윗쪽 우물가에 지줏대를 세워 능소화를 심고
그 옆으론 라일락을 무리지어 심고
연못 둑 윗쪽으론 불두화 네 그루가 올거고
영산홍이랑 목단이랑 진달래랑 이런저런 키작은 꽃나무들도
이 곳으로 오면 참 좋겠다.
그리고 오늘 만든 계단식 꽃밭에는
이런저런 꽃씨들 받아놓은게 있으니 철따라 심으면 좋겠고
샤스타데이지 꽃씨를 한됫박이나 받아서 보내주신 멋진분이 계셔서
산밭 여기저기 씨앗을 뿌릴거다.
그 생각만 하면 가심 요기가 간질간질 기분이 참 좋아진다...
시원한 물가에 평상 하나 갖다놓고 쉬었으면 좋겠네...
저 위에 앉아있을 곳이 있긴 하지만 물가에도 있으면 더 좋지...
소나무그늘인데다 연못 물이 째어나면서 생긴 실도랑이 있어서
마치 계곡같은 분위기가 나더라구...
잠깐 장마철에만 생기는 거지마는...
참말이지...
농사일 안 하고
돈 생기는 일도 아니고
그냥 주변 가꾸는 일을 하고 있자니
참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다.
산골사람들 보면 한소리 하겠네~
엉뚱하다고...
이젠 힘든 농사일 조금만 하고
집 주변 이쁘게 가꾸면서 유유자적 살고싶다...
왜 이런 생각이 자꾸 드는가 싶지마는...
늙어가는건가? 이게...
어제그제 전화를 받았다.
칠십이 다 되어가는...
다리가 아파 잘 못 걷는다는...
더 늦기 전에 몸관리 잘 하라는...
맞다...
이젠 즐겨도 되잖아...
그동안 일 엄청 해왔잖아...
저 물 가득찬 연못이나 가꾸면서...
내 힘 알아서 조금씩 조금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