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 한차례...
할매 말씀 중에
남쪽 먹구름은 항시 조심해라...
전에 아이들 어릴때 동네 도시에서 놀러온 손주들까지 데리고 냇가에서 한참 놀았었지..
남쪽 먹구름이 심상찮어...
하지만 아이들 한바탕 물놀이 중인데 가려하나...
괜찮겠지 싶어 조금만 조금만 더 놀다가
막 퍼부어대는 소낙비...
간신히 물밖으로 피신하야 어린 아이들 데리고 산길을 비 맞으며 갈 수는 없어서
근처 논물대는 양수펌프창고 안에 대피했지.
동네 손주들 할배가 급소식 듣고 무쏘를 몰고 용감무쌍하게 냇가를 가로질러 우릴 구출하러 왔었다.
그날 할매한테 억수로 얻어터졌었고...
그 이후로 남쪽에 포진해있는 먹구름 비슷한 것만 봐도 가심이 두근반세근반...
빨래 걷고 비설거지 시작하게 되었다나...
영락없는 소낙비!!!
오늘도 그러했다.
아침부터 후덥지근 습하고 더워서 소낙비 한차례 내리겠구나 짐작했고
바람도 간간이 불어오는데 비섞인 바람이여...
산골 수십년 살면서 내도 이젠 일기예보 쫌은 할 줄 알어 ㅎㅎㅎ
텃밭 이리저리 돌보고 있는데 무심코 올려다본 남쪽 하늘이 시커매!!!
우와!!!
저거 대단하겄는데~~~
서둘러 아침에 빨아 널어놓은 이불들 후딱 뭉쳐 걷어 창문으로 급한김에 쑤셔 던져넣고
집안으로 대피!!!
그 순간 휘몰아치는 비 비 비...
전후좌우 볼 것 없이 가리지않고 이리저리 호스를 마구마구 휘젖는듯하는 그런 비...
우당탕탕 또 뭔가가 바람에 날아가 떨어지는 소리...
나무들 흔들리는 소리...
지붕위 빗소리
낙숫물 소리...
온 세상이 시꺼매지면서 한참을 쏟아부었다.
어지간히 때려부은 뒤
언제 그랬냐는듯 잠잠...
마당에 나서보니 비바람 지나간 잔해가
또 청소해야겠군...
아궁이 물 퍼내야하고
먼데 가까운데 밭 순찰 돌아야하고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