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 설거지란...
저 아래 냇가까지 걸어갔다왔다. 두 번이나.
첨에는 나 혼자 두번째는 나무꾼이랑~
고추밭에 들러 고추들 이 폭우에 잘 견디고 있나 둘러보고
잘 견디긴 개뿔~ 비 그친 뒤 일거리 장만 무쟈게 하고 있구마는...
소나무 동산을 지나 냇가를 바라보니 우와와...
시뻘건 흙탕물이 우당탕탕...
열하일기에서 박지원이 열하를 건널때 저런 물살이었을래나...
대단하더라...
몇년만에 보는 거냐!!!
논마다 물꼬를 다 열어놔서 물이 길로 다 쏟아져나오고
빗물도 장난 아니고 철벅철벅 안 미끄러지게 잘 디디고 걸어야했다.
논우렁이 농법으로 벼농사 짓는지라 물꼬마다 우렁이들이 막 굴러나와 길바닥에 여기저기~
첨엔 이거 줏어다가 삶아묵을까 했다가 하나둘 주워 논으로 휙휙 던져 넣었다.
니들 이리 나오면 죽어~
햇살에 말라죽고 새들이 잡아묵고
차바퀴에 깨져 죽고~ 다 죽어 임마들아...
어여 논으로 들어가!
산밭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도랑으로 물이 안 빠지고 길로 막 들이치는 물들을 이리저리 애써서 물길 잡아 도랑으로 쳐넣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사람이 만든 길따라 쳐내려와 집마당까지 밀려오더라...
세상에...
일년에 한번씩 여름장마 오기 전에 마을 곳곳 도랑근처 정비를 했으면 좋겠는데 누가 하나...
우리라도 우리밭 근처는 신경써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아침식전부터 아궁이 물 퍼내는 일 시작으로 산밭 올라가는 길 도랑물길 잡기에다
저짝 토꾸바 약샘 파묻힌 곳 순찰 두번에다
냇가까지 ...
오늘 무리했다...
점심때 비가 그치길래 밥 부지런히 해묵고
나무꾼은 예초기 들고 집둘레 닭집둘레 고추밭 들깨밭 둘레 무성한 풀을 쳐냈다.
하는 김에 마당 잔디도 좀 쳐달라했지.
선녀는 고추끈 한뭉치 허리에 매달고 이 비에 자빠진 애들 잡아 묶어 세우고 헛고랑에 들어차서 안 나가는 물들 괭이로 물길 잡아 빼주고 하느라 땀 깨나 흘렸다.
내일 한나절 하면 다 할거다.
비 온 뒤 비설거지가 참 어마무시하다.
어제 헛간을 대대적으로 청소한 게 참말로 다행이다싶다.
헛간과 밭 경계에 도랑을 하나 팠는데 그게 자꾸 밭흙이 쓸려내려와막히는거라...
우짜겠노. 해마다 도랑쳐내야지!
그걸 할매 돌아가시고 한번도 안 했으니 우짜노!
풀만 겨우겨우 쳐내고 도랑 흙 그득 차올라오는건 냅뒀으니 비가 올 때마다 처마와 밭고랑에서 쓸러내려오는 물들이 다 헛간 안으로 쳐들어올밖에...
지난번 지랄맞은 비바람에 물이 대거 들어와 나락푸대 밑이 잠겼더랬다.
진작 다 방아찧어버렸어야했는데 푸대가 톤백이라 무거워 들지를 못해...
그만 이번 비에 당했다.
나락을 일일이 퍼내서 다른 톤백으로 옮기고 밑에 있는 나락을 보니 싹이 텄더라 세상에나... 그새!!!
싹싹 긁어내서 젖은 나락과 싹이 난 나락을 모아다가 닭집에 던져주니 닭들 오랜만에 횡재 파튀~!!!
이런저런 잡동사니 푸대에 담아 정리해서 쌕쌕이에 실으니 한차 그득!
뭔넘의 쓰레기가 이리 나오냐그랴...
못살것네~
그래도 깔끔쟁이 나무꾼이랑 같이 한나절 땀흘리니 이리 개운하게 치워지네!
헛간이 훨 넓어졌다.
원래 이 곳은 소키우던 축사였는데
도시에서 안 쓰는 소파 하나 갖다놓고 헌 책상 하나 작업대용으로 갖다놓고 간이원형의자 갖다놓으니
여기서 쉬면서 새참 먹어도 되겠네~
좋다!
개구리 소리...
도랑에 오랜만에 물 흘러내리는 소리
음...
시끄럽다!!!
들냥이들이 온통 세상이 젖어있으니 뽀송뽀송한 공간을 찾아 자꾸 툇마루로 올라온다!
밤새 마루에서 놀고가나봐...
아침에 나서면 모래가 버석버석~ 밟혀 ㅠㅠ
새벽에 엄마고양이랑 아기고양이랑 놀고있는걸
나무꾼이 한참 구경하고 있었다더라~
에잇 나도 깨우지~ 혼자 그 귀여운걸 보고있어...
시골살이가 참 험난하다...
일은 끝도 없고...
일은 자꾸 생기고...
그런데도 왜 자꾸 시골로 산골로 오려는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