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풀들은 어찌 그다지도...

산골통신 2017. 7. 14. 11:54

참 풀들은 잘 자란다.

 

삼복더위에 들일은 식전과 해거름에만 잠깐씩 해야한다.

안 그러면 더위먹고 쓰러진다구.

 

감자를 하지무렵에 캐야하는데 워낙 가물어 감자알이 방울토마토만하더라구~

그래서 서너고랑 먹을 것만 캐고 냅뒀지.

다들 장마오면 감자가 땅 속에서 다 썩을거라고 막 캐라고 그러지만

또 다른 말로는 뒀다가 캐도 된다네~

그래서 반반~

냅뒀지뭐...

그리고 또 감자 캘 새도 없었고

고추밭에 깨밭에 물 주느라고 들깨모종하느라고 감자밭은 지나가면서도 쳐다보덜 못 했으...

감자 쪄먹을 새도 없는데 뭐...

 

기다리던 오매불망 비가 오네...

감자대궁 쓰러져 흔적이 없네...

그 위에 물 만난 풀들이 자라네...

그래도 냅뒀지뭐...

땅 마르걸랑 캐야지... 그러고 있었네.

 

도시 처자 언제 온다하니

갸들 감자캐기 체험 시키면 좋겠다싶어서 또 냅뒀지...

 

오늘 감자골 옆 귀퉁이에 대파모종한 곳 흙 북좀 주려고 가보니 감자밭이 아니라 풀밭일세~

어디 감자 썩었나 안 썩었나 두어 줄기 파보니

우와~ 방울토마토같던 감자알이 그 비 좀 맞았다고 고구마 만해졌네그랴...

물이 생명이구만!!!

풀더미를 헤치고 캐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마는~

감자캐는 재미가 있겠구만!!!

 

대파들 골골이 흙을 파제껴 북을 듬뿍 주고나니 땀범벅이 되네...

아직 오전인데도 해만 떴다하면 푹푹 삶기니 이래갖고 어디 일하것나!!!

철수~

 

달구새끼들도 뜨거운지 그늘에서 꼼짝을 안 한다!

 

마당 들냥이 한 마리는 사냥을 못해먹었나~ 삐쩍 말라서 나만 쪼차댕기네...

부엌 창문 너머 담장에 올라가 빠꼼히 들여다보며

고등어자반 굽고 있는데 막 아웅아웅 요란을 떤다.

냄새맞고 쪼차온거지뭐~

 

아이구 이거 짠건데 니먹을 수 있것나~

고등어 대가리랑 이것저것 갖고 마당에 나서니 부리나케 쫓아오네.

나중에 보니 반쯤 먹었더라구...

짤텐데 우찌 먹었나 몰러...

샘가에 물 한통 새로 떠 두었다.

 

옛날 할매가 약샘 하나 놋깡묻어 우물처럼 만들어 둔게 있었는데

작년 산사태로 흙 속에 반이 파묻혀...

그래도 호스가 삐죽이 나와서 그럭저럭 물은 먹을 수 있었는데

지난번 폭우에 그마저 파묻혀...

샘 뚜껑부위만 빠꼼 나오고 싹 파묻혀 평평하게 되어버렸다.

 

저거 사람 손으로 흙 파내자면 몇날며칠 해야할거고

포크레인 부르면 잠깐이면 될텐데...

누가 나서서 하나...

마을에선 관심없는데...

 

나라도 나서서 하면 좋을텐데 물기있는 흙을 삽으로만 떠내자니

엄두가 안 난다...

힘있는 장정으로 태어났으면 저거 일도 아닌데...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천연 약샘...

내겐 할매와 추억이 서린 곳인데...

 

일 좀 어지간히 해놓고 여유나면 삽들고 올라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