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들은 어찌 그다지도...
참 풀들은 잘 자란다.
삼복더위에 들일은 식전과 해거름에만 잠깐씩 해야한다.
안 그러면 더위먹고 쓰러진다구.
감자를 하지무렵에 캐야하는데 워낙 가물어 감자알이 방울토마토만하더라구~
그래서 서너고랑 먹을 것만 캐고 냅뒀지.
다들 장마오면 감자가 땅 속에서 다 썩을거라고 막 캐라고 그러지만
또 다른 말로는 뒀다가 캐도 된다네~
그래서 반반~
냅뒀지뭐...
그리고 또 감자 캘 새도 없었고
고추밭에 깨밭에 물 주느라고 들깨모종하느라고 감자밭은 지나가면서도 쳐다보덜 못 했으...
감자 쪄먹을 새도 없는데 뭐...
기다리던 오매불망 비가 오네...
감자대궁 쓰러져 흔적이 없네...
그 위에 물 만난 풀들이 자라네...
그래도 냅뒀지뭐...
땅 마르걸랑 캐야지... 그러고 있었네.
도시 처자 언제 온다하니
갸들 감자캐기 체험 시키면 좋겠다싶어서 또 냅뒀지...
오늘 감자골 옆 귀퉁이에 대파모종한 곳 흙 북좀 주려고 가보니 감자밭이 아니라 풀밭일세~
어디 감자 썩었나 안 썩었나 두어 줄기 파보니
우와~ 방울토마토같던 감자알이 그 비 좀 맞았다고 고구마 만해졌네그랴...
물이 생명이구만!!!
풀더미를 헤치고 캐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마는~
감자캐는 재미가 있겠구만!!!
대파들 골골이 흙을 파제껴 북을 듬뿍 주고나니 땀범벅이 되네...
아직 오전인데도 해만 떴다하면 푹푹 삶기니 이래갖고 어디 일하것나!!!
철수~
달구새끼들도 뜨거운지 그늘에서 꼼짝을 안 한다!
마당 들냥이 한 마리는 사냥을 못해먹었나~ 삐쩍 말라서 나만 쪼차댕기네...
부엌 창문 너머 담장에 올라가 빠꼼히 들여다보며
고등어자반 굽고 있는데 막 아웅아웅 요란을 떤다.
냄새맞고 쪼차온거지뭐~
아이구 이거 짠건데 니먹을 수 있것나~
고등어 대가리랑 이것저것 갖고 마당에 나서니 부리나케 쫓아오네.
나중에 보니 반쯤 먹었더라구...
짤텐데 우찌 먹었나 몰러...
샘가에 물 한통 새로 떠 두었다.
옛날 할매가 약샘 하나 놋깡묻어 우물처럼 만들어 둔게 있었는데
작년 산사태로 흙 속에 반이 파묻혀...
그래도 호스가 삐죽이 나와서 그럭저럭 물은 먹을 수 있었는데
지난번 폭우에 그마저 파묻혀...
샘 뚜껑부위만 빠꼼 나오고 싹 파묻혀 평평하게 되어버렸다.
저거 사람 손으로 흙 파내자면 몇날며칠 해야할거고
포크레인 부르면 잠깐이면 될텐데...
누가 나서서 하나...
마을에선 관심없는데...
나라도 나서서 하면 좋을텐데 물기있는 흙을 삽으로만 떠내자니
엄두가 안 난다...
힘있는 장정으로 태어났으면 저거 일도 아닌데...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천연 약샘...
내겐 할매와 추억이 서린 곳인데...
일 좀 어지간히 해놓고 여유나면 삽들고 올라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