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밀어 있으면 끝...
삼동추 씨여물은 대궁들을 낫으로 댕강댕강 잘라서 마당 그득 널어놨다.
한 며칠 말라야 할게야...
낫질이 과했나...
비도 그치고 해가 쨍 다시 나니...
일하기 싫어라... ㅎㅎㅎ
그래서 한나절 쉬었다.
해가 다시 나니 비온 흔적은 점차 스러지고...
다시 먼지 풀풀나기 시작한다.
마당 방티연못에 호스를 들이대서 물을 보충시켜줬더니 여그 물있단 소문이 돌았나...
개구리들 억수로 모여들어 시끄럽다.
아마 저기 사는 애가 억머구리 일거야... 우는 소리가 다르더라.
논에서 시끄럽게 구는 애들하고 달러.
청개구리는 별나게 꽥꽥거리고 그 쬐깐한 놈이.
그래도 걔 소리는 반가운게 쟈들이 유별나게 시끄러운 날이면 소나기나 뭐 여튼 비가 오더라고...
개구리 등타고 이사왔나...
개구리밥이 둥둥... 제법 많아졌다.
그리고 못 보던 노란 꽃도... 붓꽃 종류인거 같은데 내 심은 적 없으니 쟈도 개구리등타고 씨앗이 이사왔나벼.
해거름에 고추밭 순찰 한바퀴 돌다가... 헛고랑에 난 풀이 여엉 신경쓰여...
어차피 말목 박고 줄 맬때 부직포를 좌악 깔꺼긴 한데 말이지...
밭주변 풀들도 침범을 해오고... 여엉 안 되것더란 말이지...
에라 풀밀어헬쓰 한바탕 하자 싶어
퍼뜩 집에 가서 풀밀어 끌고 조선낫 하나 들고 왔다.
이거 잠깐이면 밭이 말끔해지니까 효율적인 면에선 호미질 명함도 못 내민다.
고랑고랑 풀밀어 쓱쓱 밀고댕기면서 런닝머신 뛴다는 생각으로 한바탕 해치웠다.
조선낫으로 밭 가장자리 네 귀퉁이 돌아가며 망초대궁 베어넘기고 쇠별꽃 뿌리 잘라내치고
야생 돼지감자 한 무더기 자라고 있길래 갸들은 냅뒀다. 희한하지... 심은 적 없는데 어케 여기 이리 자라냐...
갓도 내 심은 적 없는데 해마다 씨가 날라와 자라고 있어...
밭작물 방해 안 되는 곳에 있는 애들은 내버려뒀더니 꽃도 피고 씨알도 맺고 무성해지네...
애써 가꾸지 않아도 절로 나물 얻어묵으니 고맙긴 하다만... 야생이라 그런지 좀 억시더라...
환삼덩굴이랑 명아주랑 칡이랑은 낫으로 말끔히 쳐내야 한다.
옆에 산이 있어 마구 쳐들어오는데 나중에 도시장정 보고 예초기 한번 들이대 쳐내라고 해야겠다.
오늘 일은 애써 굳이 안 해도 될 일이었지만
이번 비에 작물들도 자라지만 잡초들은 억수로 더 잘 자란단 말이지...
밭 주변 풀들은 미리 쳐주지 않으면 나중에 생고생 혀...
지금 간단하게 낫질 한번이면 될 일이 나중엔 예초기가 들어가야 할 정도로 정글이 된다는 거지.
나도 이참에 예초기 다시 들어볼꺼나...
엔진소리가 시끄럽고 그 진동이 불편해서 몇번 하다 말았는데
내 일손 필요할때 없으니 아쉽고 또 아쉽다.
성질같애선 팍팍 일 치고 싶은데 힘이 딸리고 머리도 딸리고
에라... 참아라...
천천히 가자.
속션히 일 마치고 오는 길에 넘의밭 컨닝 억수로 하고 온다.
이웃 참깨밭 세번째 씨앗 넣는 걸 봤는데 첫번째 씨들이 싹을 틔워 벌써 본잎이 나와 솎아주고 북주는 일을 하는구나...
고추밭에 벌써 여러번 살충제랑 영양제랑 주는구나...
양파들이 죄다 자빠져 알이 굵어가는구나.
콩을 벌써 심기 시작하고...
제초제를 상용을 하니... 밭들이 말끔말끔 마치 씻어놓은듯 깨끗하다.
우리 밭은 노상 풀투성이 생 난리구마는...
낫으로 풀 치는 선녀를 본 이웃 남정네들이 오며가며 안타까워하고 골먹겠다고 한 소리씩 하고 간다.
음... 속으론 그럴겨...
저 별종인간이 여전히 고집을 피우지만 언젠가는 제초제를 칠거여...
참 힘들게 사는구만~~
이라고...
우리 양파 마늘밭은 어떤고 돌아보니
긴 가뭄에 마늘잎들이 허옇다. 이웃들 마늘밭도 마찬가지...
양파들은 죄다 자빠져있고 우리 양파도 알이 굵어가드라...
내일은 참깨밭 올라가서 본잎 나온 애들은 좋은놈 두셋만 남기고 솎아주고 흙을 북돋아줘야겠다.
싹이 안 난 애들은 모종판에서 이제 겨우 본잎 나오는 애들 잘 자라고 있으니까
갸들 모종하면 되니께...
힘들고 고단한 농사일을 하면서도
크게 힘들다 생각지않고 꾸려가고 있는 것은
농사일은 해지면 일할게 없다는 것~ 무작정 쉬면 된다는 것~
그러니 견디는 걸수도...
농번기 한창때만 좀 분주할 뿐...
남는 것이 시간이고 여유고 그렇다.
오늘 이웃 오래비 하나 건들건들?! 거리며 여기저기 돌아다니시더라...
논 물꼬나 보고 이 밭 저 밭 순찰이나 하고 뭐 할일이 있어야지~
그러고보니 곧 단오구나!
그렇구나...
요새 글에 사진이 없는 이유...
폰이 물에 들어갔다 나와서 맛이 가버렸다.
매일매일 가뭄에 물 주다가 이 사단이 일어난겨...
폰 없는 세상에 사니 그거 참 살만 하더만...
급한 연락은 컴에 카톡을 열어놓으니 그걸로 하면 되고
세상 조용하네!!!
고쳐야 하는데 도시 갈 일이 없어서 그냥 냅두고 있다.
조만간 나가서 고치던가 말던가...
연락안된다고 뭔일 났다고 선녀소식 궁금해할 인간들은 없으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