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드뎌 메주달아메다...

산골통신 2014. 12. 17. 18:32

 

 

 

 

 

 

 

올해 메주를 쑤어 달아야 할텐데...

요 걱정을 콩 심을때부터 했더랬다.

 

일손 거들어 줄 사람이 없을터이니 천상 혼자 해야할건데... 우짜노 우야노...

혼자 근심만 늘어갔다나...

 

할매는 당신 혼자서도 얼마든지 뭐든 척척 해나가셨더랬는데... 일손더디고 일머리 잘 모르는 맹총가리선녀는 늘 일을 앞에 두고선 잔근심이 많았다.

 

콩은 타작을 해놨고 콩을 골라 씻어서 가마솥에 앉혀 삶아야하는데...

콩물도 가늠을 잘 해야하고 타지 않게 설지 않게 불조절도 잘 해야하는데...

그 불조절이라는 것이 참 기맥힌 노하우가 있어야한다는거여...

 

할매 말쌈에 의하면 가마솥이 눈물을 흘리면 찬물 한바가지 옆에 두었다가 손으로 휙휙 띧기.주라하셨는데...

그게 솥뚜껑 온도를 낮춰서 콩이 끓어넘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었나보다.

 

닭날 말날에 메주쑤고 장담궈야 한댔다.

왜인진 모른다. 오만군데다 다 물어봐도 답을 못 들었다.

그냥 하라는대로 해야한단다.

좋은기 좋은기고 다 이유가 있지않겠냐... 뭐 이칸다.

 

해서 어제 16일 메주쑤는 날이다. 닭날인지 말날인지 달력을 봤는데도 까묵었다. 고새...

뒷집에서도 한데 가마솥에서 메주쑨단다.

우리도 아랫채 가마솥에다 불때서 하면 되는데 어째 저 가마솥이 더 좋아보이네 그랴 ㅎㅎ

얼렁 콩 골라 씻어 들고 날랐다.

같이 합시다~~~

 

볏짚이 없다고 논에 뛰가서 한단 겨우 갖고왔다는디 눈에 묻혀있던거라 엉망이다.

진작 갖다놓은 우리 볏짚을 한 구루마 실어왔다.

메주 달아맬 때 쓸용으로 필요한 만치 만들어놓고.. 그게 집집마다 모양이 다르더만...

 

뒷집에선 두말 두되 한단다.

가마솥이 커서 두말은 거뜬히 들어가네.

아침일찍 불때기 시작해서 오후 3시경에 콩을 펐다. 뜸들이는 시간이 꽤 걸리더라.

 

방안에선 삶아낸 콩을 으깨 메주틀에 넣고 모양을 만든다. 대대로 물려내려온 메주틀이 있더라. 둥근모양이라 좀 특이하더라...우리 메주틀은 네모반듯한데...

 

닭날인지 말날인지 날은 억수로 춥고 눈보라는 막 시베리아벌판처럼 불어제끼고 땅은 꽁꽁 얼고...

참 날 한번 자알 잡았다. 그래도 우야노. 이날 넘기면 25일 28일... 그땐 바빠 안되고 내년으로 넘어가는데 말이지...

 

뒷집할때 슬쩍 묻어가서 같이 하는기 좋은겨... ㅎㅎ

우린 한말이라 그런지 일찍 펐다.

가마솥이 한나절 달궈진 상태라 더 빨리 된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럴거여.

 

삶은콩을 들고 집으로 날랐다.

메주만들어 바로 새끼줄에 매달아야하기땜에...

남향받이 마루창앞에 매달았다. 총 10개.

왜 메주를 짝수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들 그래야한다고... 그래왔다고만 할 뿐 그 이유에 대해선 묵묵...부답...

해서 기어이 마지막 메주를 작게나마 만들어 10개 채웠다. ㅎㅎ

 

할매 쓰시던 메주사다리가 있었는데 어따 갖다 버렸나... 아궁이에 불때치웠나... 온데를 다 뒤져봐도 없는기라...

해서 마늘사다리를 가져다 쓰려고 가질러가보이... 그놈도 삭아서 덜렁덜렁... 마늘은 몰라도 메주무게는 감당 안되겠더라.

 

해서 비닐하우스 만들다가 냅둔 문짝이 하나 있길래 집어갖고 왔다. 쓸만하더만.

 

마루 햇살 잘 드는 곳에 매달아놓으니 이제사 맘이 놓인다.

이제 일년 일 다 했다. 김장도 했고 땔나무 장만해놨고 메주도 쑤어달아매놨으니...

 

다들 추운날 고생들 했다고

뒷집에 모여 막걸리 수육에 배차적에..

거하게 한잔 했다...

 

아우...

그나저나 이제 술 끊을겨...

이제 선녀 술 권하지 마소...

진짜진짜 끊을겨... 주님 안 모실겨... 아우 속이야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