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시레기 널자~
한참 착착착~ 일했다.
한사람 뽑아 나르고
한사람 칼로 무청 도려내고 널고
마치 무슨 기계처럼...
내 일하는 스타일은 일하다 쉬고
일하다 먼산 바라보고
일하다 카톡하고
일하다 한잔 걸치고
일하다 딴일 한바탕 하다 오고
뭐 그리 세월아 네월아 그러했는디...
순이언니 득달같이 막 몰아쳐서 해제끼는 바람에
뭐 어쩔 수 없이 걍 시키는대로 다 해야했다.
일은 빨리 끝나서 좋다마는... 재미가 없네 ㅋㅋㅋ
겨우내 먹을 저장무는 비닐깔고 솜이불깔고
그 위에 무를 들이부어넣고
그 위에 보온덮개 천막 비닐 이불을 척척 덮어서 꼭 싸매놓았다.
그리해놓으면 내년 봄까지 얼지도 않고 썩지도 바람들지도 않더라.
김장때 쓸 무랑 따로 덮어두고
무말랭이 할 무는 번개같이 쓱쓱 썰어 널어 말린다.
자잘한 무는 따로 모아 총각김치 담고...
떨어진 무잎사귀 따로 모아 닭모이용으로 담아두고...
산골살면 뭐하나 버릴게 없다.
도려낸 무청은 일일이 기다란 봉에다 척척 걸쳐놓고 말리면 된다.
뭐 작년처럼 놀갱이나 인쥐가 물어가진 않것지...
블랙박스를 쳐달 수도 없고 참내..ㅡ
일 마이 했다.
도토리묵이나 쒀먹고 좀 쉬자...
호박즙 짠다고 산골동네 호박을 다 얻어다 놨는데
왜 건강원아저씬 안 오시는겨...
논에 나락은 베어야하는데 비는 추적추적 오고 말이지...
쌀주문은 막막 왕창 밀려있는데 언제나 보내드리나 그래...
마늘씨 스무접 다 따놨고... 아이고 손구락아파라...
양파씨는 10단 구해놨고
들기름 짤 들깨는 언제 마무리하나...
고추도 다듬어야하는데... 방앗간은 언제 가나...
비는 왜 찔끔찔끔 오고 난리여...
장독대 장좀 퍼와야하는디 바가지 들고 나가다 말고
이리 앉아 끄적끄적 글만 두들기고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