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길청소~

산골통신 2014. 8. 29. 11:30

폭우가 몇날며칠 쏟아져 밭이 질어 관리기가 못 들어간다.

사람손으로 해보자 싶어 괭이 삽 들고 설쳐봤지만 이거야 원...

손목 삽 부러지겠네. 흙무게가 장난아니여.

 

이웃 오라비가 어느날 아침 식전에 부랴부랴 골을 따주고 후딱 외출을 해버리셨네...

도민체육대회가 있다더니 거기 가셨나봐들...

나야 그런데 갈 겨를이 없는 사람이라~

 

어여 일이나 하자 싶어 호미들고 비닐들고 골골이 비닐을 씌우기 시작한다.

어제 새벽 3시반까지 개복상술을 퍼마시던 이웃아지매가 쪼차와

니는 힘도 안 드나~ 새벽까지 마시고~

같이 호미들고 비닐을 씌워나갔다.



몸은 죽자하고 힘들고 날은 슬슬 구름이 걷히고 땡볕이 나오려하네...

어여어여 비닐씌워 배추모종 심거야지. 그래야 김장해묵지.

새벽까지 퍼마셔도 안 취하더니만... 이제사 취기가 올라오네그랴. 망할~

오늘은 해장국 해줄 사람도 없는디..에잇!

 

이 아랫밭하고 윗밭하고 땅 토질이 틀리다.

희한하지. 같은 비를 맞아도 아랫밭은 질어서 발도 못 디밀겠는데

윗밭은 포실포실... 흙이 참 부드럽다.

 

배추름 심다말고 땡볕이 짜들어서 모종들이 비실비실... 고개를 숙인다.

이웃이 내다보더니 그러지말고 해거름에 마저 심으라고... 조언을...

그럴땐 얼렁 말 들어야한다. 땡볕에 모종심어놨다가 지실이 들면 잘 크지도 않으니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참깨터는 이웃집 마당에 쪼차가서 참으로 나온 얼음동동띄운 미숫가루를 해장국삼아 막 들이켰다.

앞으로 나 술마시자고 안 부르겠넹~

마시기 시작하면 그집 술 다 바닥을 내버리고 일어서니께.

 

술이 떨어져 뒷집아지매가 야밤에 저짝 희득이네 공주네 선옥이네 집까지 가서 술을 털어왔는데

딸랑 소주 한병! 에잉.. 이 산골동네 술이 다 어데갔댜?

결국 개복상술만 한통 바닥을 내고 일어섰다.

담부턴 선녀 안 부르겠군... 잘됐다!!!

올해 장이 염도가 싱거웠던지 흰곰팡이가 뜬다.

이걸 달이면 없어진다고는 하는데 그냥 냅둘라고.. 걍 묵지 뭐...

 

 

 

햇된장과 묵은장이다.

염도차이때문인지... 아니면 세월탓인지... 색깔이 다르다.
뻑뻑하면 장맛이 별루라 하여서 자작하게 장물을 여유를 두었다.

 

내년엔 메주를 넉넉히 쑤어서 장을 많이 담궈야지. 항상 된장은 남아도는데 간장은 부족햐...

다들 장물만 퍼마시나벼... 내년엔 한 열말 쑤어야지.

 

 

소마구 올라가는 언덕 계단길이 풀에 갇혀서 풀길이 되어버렸더랬다.

워낙에 이동네 비얌들이 많고 설쳐서 안 그래도 다니기 겁나는데...

 

맘잡고 호미랑 삽이랑 낫이랑 들고 길청소를 나섰다.

사람손이 무섭더라고... 내손이 내딸이더라고...

손 한번 가니 이리 깨끔해지는거봐.


왼쪽편 돌계단은 할매가 만드신거고

오른편 시멘길은 선녀가 만들었다.

외발구루마랑 관리기가 왔다리갔다리해야하는데 저 계단갖고는 안되자누.

나중에 한데 합쳐서 말끔한 길을 만들어야지.

 

저 길청소하다가 손톱이 다 망가졌다.

아궁이에 퍼질러앉아 손톱을 이리저리 깍고...

 

땡볕에 일 못하니...

자식농사나 지러 또 가봐야겠네~~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