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마당 설거지를 하자

산골통신 2013. 12. 4. 20:44

호래이 새끼 칠 정도로 풀이 우거지고 시든 꽃대궁들이 여기저기 쓰러져있다.

너무 바빠 돌아볼 새도 없었던지라 마당꼬라지 참 희한하게 됐었지.

 

이제 김장도 마치고 마늘 양파 다 심고

나락도 다 들어왔고 밭작물들도 다 거둬들였으니

이제 월동준비는 거진 마쳤다.

땔나무만 빼고~  에혀~~

 

이제사 한숨 돌려 마당을 돌아보니 기도 안 차더라.

낫을 집어들고 선 자리에서부터 낫질을 해나갔다.

바짝 마른 대궁들이라 치는대로 착착 나자빠진다.

한아름씩 안아들고 아궁이 앞으로 착착 쌓아놓는다.

불쏘시개로 이만한 것도 드물지. 잘 말려놨다가 써야지.

 

칸나를 캐야겠구나. 얘들 안 얼었나.  이찍 애들은 까묵고 있었네그랴.

삽을 들고와서 영차 영차 한참을 팠다.

얘들도 번식률이 대단하구나. 알뿌리 하나씩 묻었는데 한구덩이당 열댓뿌리씩 달려나오더라.

대단한 생명력이여.

박스를 가져다 하나하나 흙을 털어 담아두었다. 내년 봄에 또 심어야지. 온 여름내 불타는듯한 빨간 꽃들이 멋졌더랬는데...

내년을 기대하며 뜰아랫채 웃목에다 가져다 두었다.

 

흔들그네 지붕이 다 헐어 너덜너덜한다.

어디 대신 할 것이 없나... 살펴보다가  천막조각이 맞춤한 것이 있길래

비닐하우스 집게 갖다가 사방 고정시켜두었다. 임시로...

이리 해놨다가 색깔비슷한 천막을 구해서 덮어줘야지.

 

사람이 집관리를 안 하면 금새 집은 엉망이 되고 허물어진다.

사람 훈기가 어지간한가봐.

바쁘다고 이리저리 돌아댕기면서  집을 그동안 돌보질 못했더니 여기저기 아프다고 아우성이네.

 

장미덤불도 가지치기를 해줘야겠고~

석산 꽃무릇이 사방 번져나가있어 갸들도 교통정리 해줘야겠고~

꽃범의꼬리랑 섬초롱 쑥부쟁이 참나물 산국들이 여기저기 터잡고 살고있어 갸들도 이리저리 영역을 정해줘야겠더라.

울타리 삼아 심은 나무들... 잎이 다 떨어져 휑~ 하다.

 

아롱이 황토벽돌집이 허물어졌다.

아롱이 간지 몇년됐지...  개집도 빈집이 되니까 허물어지는구나...

그만 맘이 짠해져... 한참을 바라보고 섰다.

 

뜰아랫채 아궁이에도 불 한부억 그득 넣어쳐때주고

흙집이라 습기가 차면 안 좋다.

사람이 거처를 안 해도 가끔씩은 불을 때줘야 한단다.

굴뚝 하나가 말썽을 피워 손좀 봐야겠던데...

 

해가 서산으로 넘어간다.

푸르스름한 노을주변 하늘색깔이 너무 이쁘다. 이어 별이 총총 떠오른다.

코끝이 싸아... 한 바람이 불어온다.

굴뚝 연기냄새...

이웃집에서도 불때나보다.  그집은 화목보일러라 나무해대기가 힘든단다.

산판하는 곳에 가서 벌목하고 남은 나무들을 실어온다는데 보통 일이 아니라네...

 

우리도 올 겨울 날 땔나무를 장만해야하는데 어찌할꼬나...

무늬만나무꾼은 늘 바쁘고...

천상 나라도 내일 산에 가서 몇 개 끌어오던가 해야겠다.

 

산에 나무하러 가자... 하고 소리치면 쪼차나오던 아이들은 이제 다 커서

날개달고 세상으로 날라갔다.

이제 누구하고 나무 할꼬....

 

대충 마당설거지를 하고나니 마당이 훤~ 하다.

이제 호래이 새끼는 안 치겠네.

내일 마저 치우고 정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