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삼복 지나 입추지나...

산골통신 2013. 8. 9. 13:29

그러면 뭐하노. 더위는 더더욱~ 야단법석인걸~

헉헉 소리가 절로 난다.

호미 집어던지고 장갑 벗어 팽개치고 샘가로 달려가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고 끼얹어 온몸이 받아들인 열기를 어떻게든 식혀야 하느니...

한참만에야 제정신이 돌아와

던져놓았던 호미랑 장갑이랑 낫이랑 주섬주섬.. 챙겨놓고...

 

날만 그리 덥지 않으면 일을 여러가지 밀렸던거 다 해치울 수 있으련만

더위때문에 하루 한 가지일 치우기도 힘들더라.

 

해서 더는 욕심 안 내고 그냥저냥 되는대로 해나가기로 했다.

고추 말려서 바삭바삭 소리나는 그대로 큰 비닐봉지에 몰아담아 보관해두고~

고추밭에 또 딸꺼 있을까... 싶어 딜다보이... 다음주나... 한 사나흘 더 있어야 되겠더라~

그럼 고추는 됐고~ 아직 나방이 기승을 부리진 않으니까.

 

고구마밭에 바랭이가 더 많아. 이기 바랭이밭이지 고구마가 어디 들었겠나~ 싶다.

헛고랑만이라도 풀을 쳐줬으면 싶은데..

더위때문에 엄두가 안 나... 가서 보고 돌아서고.. 돌아서고 한다.

 

들깨는 어느정도 풀을 이겨먹는 놈이니까... 저정도만 해줘도 되지싶어 냅두고

정구지밭으로 간다.

정구지밭에는 정구지닮은 풀들이 자란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뽑기도 힘들마치 자잘한 풀들하고~

일일이 손가락으로 후벼파야만 되는 그런 애들...

 

 

독새풀하고 빗자루풀하고는 정구지하고 비슷하게 자라서 분간이 힘들다.

한참 보고 또 봐서 뽑아내도 돌아서면 또 한 포기가 눈에 띄는 그런 놈들이다.

 

가을 무 배추 심을 밭을 로타리 쳐달라고해서 말끔하게 만들어놨다.

역시 기계힘은 못 따라가... 그냥 화끈하네 그랴...

무경운으로 누가 하라고 했나?  에고...  그거 풀하고 쌈하려면 머리가 좋아야하고

시기를 잘 맞춰야 하고...  풀하고 숨바꼭질 잘 해야 할꺼유... 부지런해야 하고!!!

난 풀하고 쌈은 에지간하면 안 하고 싶으요...

 

 

 

 

어느해 추운 겨울에 얼어죽은 석류나무를 베어넘기고나니 상사화들이 화사하게 꽃을 피워낸다.

집 둘레 도랑가로 소먹이덤불 올라가는 걸 일일이 낫으로 찾아내 걷어주니..

나무들이 기를 펴는 듯 하고... 나무밑 원추리들이 겨우 햇볕을 보는것 같더라.

 

 

이 일 하다 말고 저 일이 눈에 띄면 저 일 하다가..

그 옆으로 샜다가...

일이 마구 중구난방...

 

그래도 어슬프게나마 한바퀴 돌았더니 그럭저럭... 급한 불은 껐다말다.

 

햇살 보라고 장독을 열어둔 게 생각나

부랴부랴 행주들고 올라가보니...

항아리 덮개가 햇볕에 다 삭아 너덜너덜... 새것으로 다 갈아주고 새끈으로 단디 묶어놓았다.

큰 항아리 옆에 말벌이 집을 지은 지도 모르고 항아리 단속을 하다가

말벌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덤비는데 아이구야 기함했네~

 

 

목에 둘렀던 수건을 들고 막 칼 휘두르듯 막 휙휙~  휘둘렀네 그랴..

말벌들이 두어 번 공격을 시도하더니... 후퇴... 아이구 살았다!!!

 

언제 고요한 밤에 에프킬라하고 라이터 하고 갖고 와서 저놈들 박살내야지.

꿀벌하고 달라서 저놈한테 쏘이면 약도 없을껄?

 

니들은 딴데 가서 집지어~ 여그는 내 영역이여!!!

 

된장항아리에 박아둔 마늘쫑 자루를 꺼내 통에 담아 냉장보관해놓고~

에구 짜라... 건지는 시기가 너무 늦었어..

생전 할매가 해놓으신건데 항아리 깊숙이 있었으니 누가 알았나...

그래도 찬물에 밥말아 하나씩 집어먹으니 아작아작 먹을만하네...

여름 별미지..

 

고추장 항아리에 박아둔 마늘쫑은 다 삭아서 못먹겠는걸? 아깝지만 우짜노.

헐 수 없지.  그래서 뭐든 시기가 중요하단 거다.

 

 

마당에 풀 나는 것이 몸써리가 나서...

잔디는 다 집어치우고

냉가벽돌이라 하나? 그거... 집지을때 쓰는 것들...

그거좀 사다가 마당 사람 발 디디고 다니는 곳에 빙둘러 놨으면 싶으...

방부목인가... 데크를 깔려고 해봤더니.. 견적이 엄청나더만... 포기! 그런거 안혀

 

 

나머지 공간엔 이런저런 화초들 심으면 그럭저럭 봐줄만 하겄어.

마당에서 뛰돌 얼라들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니...

 

 

그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지런을 떨다보이...

일이 하나하나 줄어든다.

마당 토끼풀 없앤게 어디여? ㅋㅋㅋ

갸들 또 살아나봐라~ 이젠 없애는 방법 알았으니... 다 주거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