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벌새끼~ 무슨 벌?
들기름을 짜러 방앗간 가려고 들깨를 씻어 건져 말리는데...
햇살이 별루라... 바람 안 통하는 천막보다는 돗자리가 나을 거 같아
헌 돗자리를 주르르.. 폈겠다~~
으이???
이기 뭐꼬???
야들이 뭐냔 말이다...
언젠가부터 돗자리 둘둘 말아놓은 그 구멍 사이로 벌 한마리가 들락거리는 걸 보긴 봤었지..
허지만 무심히... 이놈 거기다 집짓냐? 하필 거기냐... 그러면서 걍 넘겼지비..
집 있으면 뜯어내면 되겠지 하면서...
근데 이기 뭐꼬? 알을 까놨네...
야도 어미가 데려갈라나???
들깨는 말려야겠고~ 뜯어내지 않고 살짝 말아서
들깨 다 말리고 난 다음 도로 돌돌 말아서 원래 있던 자리에다 놔뒀는데...
어미가 찾아올라나??? 건 모르겠네..
졸지에 이 벌새끼들은 천재지변을 만나... 저세상으로 가는 건가??? ㅠㅠㅠ
날도 꾸무리.. 참깨고 들깨고 마르진 않고~ 방앗간에선 바싹 말려갖고 오라고 그러고~
결국엔 방안으로 끌고들어가 보일러 틀고 선풍기 틀고~ 말려야 했다나...
비는 오락가락~ 하루종일 깔따구들은 덤벼 물어뜯고...
션찮은 배추모종 스무여남은 놈이 있길래... 헛고랑에 심거놓은 애들로 교체하고~
정구지 싹 베어서 다듬어 집집이 먹으라고 나눠주고~
처마밑에 매달아놓은 당파씨 자루 꺼내다 해마다 쪽파 심거먹는 짜투리밭에다 줄줄이 줄긎고 묻어놨다.
다른 집은 벌써 새끼손가락 길이만치 자랐더라고... 왜그리 빨리들 심나몰러...
김장때 쓸려고 그러나?
쪽파는 늦가을에 뽑아먹어도 좋지만... 월동 후 새봄에 올라오는 넘들이 더 맛있다.
겨우내 이런저런 검부지기들 덮어주고 보살펴주면 좋다.,
됫박씩이나 나온 삼동추 씨앗 이웃들한테 인심좀 쓰고~
지지난주에 삼동추씨앗 털고 난 대궁들을 한짝 구석에 버렸더니 거기서 벌써 싹이 텄더라~
갸들은 참 생명력이 대단해...
들기름 짤 때 같이 넣어서 짜면 맛이 좋다고 그러는데... 내년에 한번 많이 거둬서 해보자했다.
참기름 짜는 값이 두말에 삼만냥~ 참깨값이 한말에 이십오만냥~
생수 패트병으로 여섯병 나왔으니 이기 한병당 얼마냐...
이구동성으로 내년엔 필히!!!! 참깨농사를 짓자!!! 라고 합의를 봤다.
올해 들깨를 많이 심겄으니... 참기름은 애껴먹고 들기름마이 묵어! 라고 엄포를 놨다.
그간 부지런하신 할매덕에 참기름걱정은 안 하고 살았더랬는데... 이 무신 난리냐 그래...
애호박이 찬바람 나기 시작하니까 줄줄이 달린다.
한 바가지 따고도 또 뒤적거려보니까 대여섯 개가 굵어질 채비를 하고 있더라.
오늘 따긴 아깝고~ 내일쯤 따면 크기가 이쁘겠더라.
오이 토마토 가지도 막바지인가~ 심심찮게 달려있다.
무싹이 일제히 돋았다. 뿌린대로 다 난 모냥이다.
올해 무시레기 알차게 말려봐야지. 요놈들 자라는대로 솎아묵을거다~
남은 무씨를 몽땅 자투리밭에다 줄줄이 줄 그어 뿌려놨더니~ 조렇게 이뿌게 좌르르... 돋았다.
먼저 심은 무싹이 제법 자라서 솎아 나물해먹으니 좋네~
실은 무잎사구보단 열무 솎아다 밥 비벼먹을라했걸랑. 근데 기대에 차서 밭엘 쪼차가보이. 나라는 열무싹은 안나고 웬~~ 갓이 자라고 있노.
다들 입을 딱!!! 이기 뭔 일이셔???
분명 열무씨봉지에 있는 씨앗을 갖고 심겄는디... 왜 갓이 나오냐??? 고요!!!
이 무신 조화셔~
해서 열무맛은 다 봤네그랴. 갓이야 김장때 양념으로 들어가는 놈이니... 건드리지도 못하고 냅둬야했다나...
아이고 열무야...
고추는 얼마 못땄다. 탄저병이 심해서 밭 하나를 포기하고보이~
그래도 먹을 건 나왔나... 오늘 고추가루 빻아서 두루두루 나눠줬다. 이거갖고 일년 묵엇!!!
나머진 김장할때 써야혀!!!
내년엔 필히 비닐을 씌워서 비가림재배를 해야겠다고 굳게!!! 결심씩이나 했다.
올해 완전 무농약을 시도하여 성공은 했으나, 밭하나가 탄저병에 작살나버렸다.
곡식은 남의곡식이 좋고 자식은 내자식이 좋다더이..
넘의 밭 기웃거려보이.. 왜 저집 배추는 저리 실한겨~~
왜 저집 고추는 병이 없는겨... 왜 저집 쪽파는 벌써 저리 돋은겨~
궁시렁 궁시렁... ㅎㅎㅎ
들깨가 꽃이 일기 시작했다. 하얀 들깨꽃이 귀엽다.
들깻잎을 따야하는데 손이 비질 않는다. 올해는 걍 넘어갈까...
상추가 끝물이다. 새로 씨앗을 뿌려둬야겠다.
가을상추가 귀한데~ 상추 떨어지지 않게 신경을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