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어느 가는 봄 날.. 한 잔 술에...
일이 고단하다.
요즘 시간에 쫒겨 일을 해서 그렇다.
원래부터 봄철 농사일 고단한거야.. 알고있지.
하루 밭갈고 하루 비닐씌우고 하루 심고 그리하면 아무 일 아닐 것을...
하루 한나절만에 다 해치우려니 몸만 죽어난다.
어쩌냐. 어쩔 수 없지. 어여 일 해치우고 또 길 떠나야 하는걸...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일 중간에 막걸리 맥주 갖다가 한 병씩 들이키고 일을 한다..
술기운에 으쌰... 또 억지 힘을 내서 호미와 삽을 잡는다..
일 다 끝내고.. 뜰아랫채 황토방 툇마루에 걸터앉아 또 한잔 기울인다..
요즘 매일 술이다... 자꾸만 주량이 늘어난다...
고추...
마을에선 다 심었단다...
우리가 원래 심고자 했던 고추 200포기는 물건너갔고~ ㅠㅠ
결국 500포기를 심어야했음....
온 여름내 고추따서 말릴 각오들 하삼~~ 하고 대처 형제들에게 엄포를 때렸음!!!
앞밭 고추모종 심는 것은 희덕이할매가 도와주고 물주는 호스도구를 빌려주어서 수월하게 했음.
앞밭에 4골 총 160포기 들어감.
다음날 맨위 비닐하우스안에 4골 330포기 소마구 앞 밭에 10포기 따로 심었음.
모종 부실하다 해서 차마 버릴 수가 없었음... 할매 생각나서...
언덕밭 비닐하우스 자리에 당귀와 이런저런 채소씨앗을 뿌려둠.
나머지 자리 풀 뽑고 심고싶은 모종들 씨앗들 파종하면 될 것임...
동미가는 길 마늘양파... 제법 자랐으니 마늘잎 따먹어도 되고 마늘쫑 올라올테니 뽑아야 함.
눈에 띄는대로 다 뽑으면 마늘 굵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임.
마늘밭 첫머리 빈 자리에 고구마 심기로 했음.
고구마순이 장날에 나오는데... 사다가 심으면 됨.
선태아빠한테 로타리와 골따는 걸 부탁해놓았으니 비닐씌워서 심으면 됨.
앞으로 열흘에서 보름이내로 심는 철이라 함...
소마구 앞 밭에는 오이모종 3 토마토 5 가지 수두룩~~(동네에 남은 모종이 많길래) 심었고.
거름터미 옆에 호박모종 갖다 묻어놨음... 잘 자라면 좋고 안 되도 헐 수 없고...
옥수수는 싹이 한뼘가량 자랐음...
쪽파는 이제 시들기 시작함. 그대로 여물기를 기다렸다가 캐서 창고에 보관하면 됨.
삼동추 씨가 맺혔음... 그또한 시기를 잘 봤다가 베어서 씨를 보관해뒀다가 가을에 파종하면 됨.
그 윗밭에 열무인가???? 싹이 제법 텄던데...
앞밭 구석탱이에 있는 정구지밭에 풀뽑아줘야 하고 비료를 좀 뿌려주면 좋음... 물도 주면 좋고.
한번 싹 베어줘야 잘 자람.
슬슬 밭에 풀들이 무성하기 시작하니 무조건 밭고랑 밭주변 풀들을 뽑거나 예초기를 날려주어야 함
지금부터 풀들과의 전쟁시작임!!!
감자캐고 난 다음엔 그 자리에 배추와 무를 파종함. 김장용임..
마늘양파 거두고 난 자리엔 검정콩이나 흰콩을 심으면 됨. 모종을 내서 심으면 좋으나... 모종키울 사람과 여력이 없음.
해서 그냥 콩을 3알씩 묻고 신문지조각이나 풀들로 덮어놓으면 될 것임.. 산비둘기가 파먹을 위험이 크지만..
약을 묻혀서 심으면 산비둘기가 안 덤빈다고 하는데... 궁리해봐야지.
콩을 심으면 비둘기가 천적이고.. 잎이 나오면 노루와 산토끼가 천적임...
어쩌겄수... 갸들 먹고남은거 인간이 묵어야지. ㅠㅠ
들깨는 앞으로 보름 안짝에 씨모종을 뿌려놓으면 됨.
소마구 앞 헛고랑에 뿌려놓겠음...
들깨모종은 20센치정도 자랐을때 장마철에... 빈 자리마다 갖다 2포기씩 심어놓으면 잘 자라니...
걱정없음.
참깨는 할 계획없음~~ 할 생각 있는 사람은 하시기 바람... 안 말림!!!
아.. 그리고
앞밭 감자밭 헛고랑에 나눌씨를 뿌려놓았는데 싹이 텄음. 자라는대로 솎아먹으면 될 것임.
언덕밭 상추도 싹이 잘 텄고.. 앞으로 이런저런 싹들이 올라올 것임...
잘 봐가며 풀뽑기를 해주기 바람...
고추밭 관리는 오는대로... 상태를 살펴보고..
호스를 대서 물을 충분히.. 푹!!! 줘야 함... 질퍽거릴 정도로 주면 좋음!!!
수시로 진딧물끼었나 잘 봐야하고...
잎마름병이나 무름병 탄저병 왔는가 살펴보고.. 대책을 세워야함.
다음주 중에 고추 말목을 박아야 함.
그 다음은 고추 키 크는 거 봐서 줄도 메줘야 함!!!
풀 뽑는 건 기본임!!!
농사일 도와준다고 큰소리 땅땅 친 대처 사람들에게 이야기 한 것들임...
올해 일년농사 자알 되야할껀데~ ㅎㅎ
선녀를 농사대장으로 뽑아놓고 시키는대로 다 하겠다고 했으니...
어디 두고보겠음! ㅋㅋㅋ
땅은 많으나 일손이 없고... 심기는 심으나... 먹을 사람이 없다.
일거리는 천지에 널려있으나 내 손은 둘 뿐이다...
한숨만 쉬다가... 그냥 돌아서고 돌아서고...
어쩌냐... 자식농사가 우선인걸...
할매요.. 넘 서운하게 생각지 마소... 당신 손주들 잘 키울께요...
연이틀을 고추모종 심느라고 진을 다 뺀 대처 남정네 하나... 왈!!!
" 나 고추 안 먹어!!! "
그럼에도
옥상에 고추말리기용 비닐하우스 만들자 하니까~
냉큼 견적 뽑아놨구만~ ㅋㅋㅋ
어쩔껴!!! 선녀 시키는대로 해야져~~
*** 뱀꼬리..
호랑이 떠난 골에... 여우와 너구리가 세를 잡고자 했으나...
꼴통곰 한 마리가 들어와 버티고 나가질 않네...
이 말... 우연히 머리 속에 떠올라... 하루종일 배잡고 웃었다...
선녀... 오래 살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