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오늘 하루죙일 일 한 거...
햇살은 따땃하고요...
바람도 어제만치는 덜 불고요...
잠바를 껴입었다 벗었다 난리 부르스를 치면서도...
일하기엔 그저그만인 날씨..
그냥 앉아있기엔 너무나 서운한 날씨...
날씨가 막 일하라 재촉한다.
안하면 날씨한테 막 혼날거 같다.
장갑 찾아다 놓고... 어째 다 늘어진거 밖에 없노.. 사다놓은 장갑 다 어데갔어???
인쥐가 물어갔나...
호미도 쇠가 다 삭아 몇개 집어던지고... 좋은넘 하나 골라잡았다.
낫도 손아구에 딱 들어오는 작은넘으로 쥐고..
쭐레쭐레 뒷골밭으로 올라간다.
먼저 할매한테 인사부터 여쭙고!!!
할매 산소에 자잘자잘 돌무더기 몇개 집어던지고...
한참 앉아있다...
에혀... 일하자...
나도 일하다 죽을 팔자...
일하는게 심심한거 보단 좋은걸 어째... 팔자지 뭐...
절로 씨가 퍼져 자라는 정구지 뿌리채 캐다가 텃밭에 옮겨심는다..
뿌리가 번져 엉켜 좁게 자라는 넘들도 솎아내고 뜯어말려 터를 넓게 잡아준다.
밭 한 고랑을 다 정구지 밭을 만들어버렸다.
올해 정구지 파튀를 벌리겠군~ 음... 좋아.
씨가 퍼져 절로 풀밭에서 자라는 반야생 정구지는 벌써 잎이 푸르르다. 키도 잘라먹을 만치 크고...
뉘가 정구지가 풀에 약하고 진다고 했노... 절대 안 그러다.
풀 속에서도... 쑥대밭에서도 정구지는 꼿꼿이 자라나더라...
향도 얼마나 진하고 맛도 좋은지... 홀랑 반해부렀다. 내가.
텃밭에 일삼아 키우는 정구지는 얼띠기고 약하고 맛도 향도 별루다.
오다가다 언덕배기에 달래 한뭉치가 어울려 자라고 있길래
오예~~ 심봤다!!! 얼렁 뿌리채 옴팡 떠다가...
달래밭을 한귀퉁이 만들어놨다. 줄줄이 고랑 맹글어 일렬로 좌악~~ 심겄으니...
잘 퍼질껴...
달래는 있는 곳에만 있는다고.. 야들은 뿌리로 씨앗으로 번지는데...
한군데 달래가 있으면 그 씨를 지우기가 영 힘들다고 한다.
다 뽑아버렸다고 하는데도... 어데선가 아기알뿌리가 남아있어 또 퍼진다나...
그래서 달래는 꼭 있는 곳엔 있다고... 하는 말이 할매들 사이에서 전해내려온다나...
그리고 달래뽑아 다듬고 씻고 난 찌꺼기들... 걍 아무데나 버리지 말고
텃밭에 갖다 버리면 거기서 구슬같은 알뿌리가 살아남아 또 싹을 틔우더라..
그렇게 해서 달래밭 만들어놓은 곳도 제법 알차여..
솔숲너머 산밭에 산마늘하고 두메부추하고 전호하고 삼나물하고...
외롭게 자라고 있는데... 풀더미속에서.. 용감하게...
오늘 올라가서 산마늘 잎좀 솎아오고.. 두메부추를 다 뽑아와서
언덕밭에 두메부추 밭을 옹골차게 하나 맹글어줬다. 너들 여그서 맘놓고 자라거라..
여그는 너그들 구박하는 이 없을껴... ㅎㅎㅎ
마늘밭 양파밭에 미처 꺼내지 못한 싹들이 있어서 에쿠... 이거이 뭐냐...
왜 못 봤지..
퍼질러 앉아 풀도 뽑고 흙도 끼얹어주고... 한참을 마늘밭 세 고랑 다 덮었다.
일하자면 일은 끝도 없는 것이 일이요...
안 하자면 일 항개도 없는 것이 농촌 일이노라... 이거 뉘 말했노. 명언이다...
어제 바람이 하도 불어 마당이 볼썽사납게 변했길래...
푸대 하나 쥐고 주섬주섬 주워담다가... 내친김에 마당설거지까정 다 해부렀다.
그래서 사람손이 갔다고 좀 말끔해지네 그랴...
붓꽃인가... 그거 시든잎들도 낫으로 배어넘기고...
꽃범의꼬리 대궁들도 다 정리해주고... 쑥부쟁이대궁이랑 노랑국화대궁들도
싹싹 베어넘겨 치워줬다.
그랬더니 새싹들이 그새 나와 수북수북하더만.. 너들 참 부지런하다...
마당 방티연못엔 개구리들이 진을 치고 알낳을 자리 보나보더라...
또 개구리천지 되겠는걸... 도룡뇽도 어데서 또 나타날껴...
부레옥잠은 얼띠기라 다 얼어죽고... 연도 다 얼었는지 아직 싹이 안 뵈고...
이름모를 물풀이 쑥쑥 자라올라오고 있더라... 얘가 꽃은 이뿌더만... 기특하네
안 얼어죽고... 앞으로 얘만 키워야 할까봐...
고추모종이 션찮아 아무래도 이백포기정도 이웃에 주문해야할까보더라...
아무래도 그게 낫지싶다.
쪽파밭에 심심해서 기웃거려봤다가 또 일거리 주서들었다... 에궁.
콩대궁들을 겨우내 쪽파 춥지말라고 덮어놨는가보러다..
쪽파들이 쑥쑥 밀고 올라오는데... 걸구쳐 보여서 다 치우노라고 애묵었다.
파잎이랑 막 엉켜서...
그래도 다 치우고나니 멀끔한게 보기 좋아 헤헤... 웃었다.
저녁에 겉절이 해묵을라고 몇포기 솎아내 다듬어놓고...
이래저래 하루가 다 갔네...
썰렁하다... 옷을 다시 껴입는다...
시계가 필요없네... 내 배꼽이 시계고... 하늘이 시계다...
저녁에 먹을 거리로 시금치 막 솎아오고.. 상추도 막 깔려오고...
삼동추 맛나길래 좀 뜯어오고... 산마늘 잎에다..
삼겹살 구워서 소곡주 한 잔 걸쳤다...
알딸딸하니.. 적당하이...
오늘 하루종일 일 한 것이 줄줄이 읊자면 이거밖엔 안 되는데...
뭐 하루종일 일한건 맞다... 안 놀았다구...
아까 낮에 윗집 개새끼네 개 한마리가 또 풀어져 울 감자밭으로 뛰어왔길래...
냅다 쫓아가 그 개새끼 붙잡아 묶어놓고 그놈한테 한바탕 욕지꺼리 하고 양푼으로 대갈통 한 대 갈겨준 것도 있긴 하구만...
개한테라도 욕을 한바탕 하고나니.. 얼매나 속이 후련하던동...
나 원래 이런 인간이었으... ㅋㅋㅋ
내 신발 한 짝을 물고가서 다 작살을 내놨더라고... 오메 내 신발...
이거 어따 하소연할껴... 그 개쥔장 개놈은 말도 안 통하는걸... 니 지끼라 낸 모른다~ 이카는걸...
마을사람들이 자기 개키우는거 때문에 하도 말을 해서 지가 스트레스 받아 죽겠다고 난리를 치더란다.
오메 잡것... 뭐 저런 넘이 다 있다냐...
스트레스는 우리가 받고 있걸랑???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헐헐헐...
뭐 여튼... 그넘 벌은 언제고 받을끼고... 음음...
매화는 만발을 했고... 향은 끝내주고... 뭐라 표현할 말이 없넹.
벌들은 어데서 다 날라왔는지 윙윙 소리에 귀가 다 울리고...
올해 매실은 다 어찌 처분할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