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봄이 오는 산골에서는...

산골통신 2012. 2. 27. 10:30

요 닭대가리들이 하루에 꼭 한번씩은 마당 나들이를 한다.

방앗간 왕겨더미를 다 헤집어놓고  호두나무밑 낙엽 모아놓은거 다 들쑤셔놓고

거기 맛난 벌레 있디???  뭐 먹을게 있다고 그 모진 발가락으로 다 파뒤져놓는겨~~~

니들이 다 쓸어모을껴???

 

봄비 오시기 전에 다 끌어담아서 텃밭에 내다뿌려야징...

 

요새 암탉들이 알을 잘 낳는단다.

추운 겨울하고 더운 여름에는 알을 잘 안 낳는다고 어르신들이 그러셨는데... 내도 그런줄 알고 있었는데...

다 잘 먹이기로 간다고~ 할매께서 결론을 내리셨다.

농협 사료에 당가루에 이것저것 오만잡동사니 다 섞어서 모이를 만들고

정짓간에서 나오는 음식찌꺼기들을 삶아 으깨서 넣고 묵은 김치찌꺼리들도 넣어주고...

김장할때 나온 소금물들도 안 버리고 모아뒀다가 간해주고~

계란껍데기들이랑 조개껍데기들 부숴서 섞어주고...  하여간 이넘들 못 먹는거이 없더라고.

콩깍지들도 삶아주고 무시 바람든거 따로 골라서 채쳐주고

나생이 지챙이 겨울 나물들 쫑쫑 채쳐서 섞어주면

니 언제 뭐 줬더나~~ 하면서 게눈감추듯 다 쪼아먹는다...

 

산골에선 뭐하나 허투루 버릴 것이 없더라. 인간이 먹고 남은거 집짐승이 다 먹고...

그래도 남아 이래저래 버려지는거 밭으로 거름이 되어 나가고... 모든거이 돌고 돌아 도돌이삶!!!

 

마실나가 물어봐도 춥다고 알을 안 낳는다고 다들 한소리씩 하시더라는데...

울집 암탉들은 하루에 한개씩 꼬박꼬박 낳아주니...  다행이다.

안그래도 올 봄에 병아리 깔 알을 슬슬 모아놓아야 하는데 잘 되었지.

장닭들도 실하니 많고하니... 부화율이 좋을껴.

올해는 부화장으로 갈꺼나~ 아니면 엄마닭들보고 알아서 까라고 할꺼나...

지들보고 알아서 까라고 하면 반타작인디...  구래도 엄마닭이 까서 품고다니는 병아리가 깔차고 좋긴한데...

할매 알아서 하시겄지...

 

저놈들이 그래도 해가 뉘엿뉘엿 지기시작하면 집에 꼬박꼬박 들어가더라고~~ 겁이 엄칭이 많아.

해만 지면 꼼짝을 몬하더라고...  

 

 

겨우내 방티연못을 그냥 내버려뒀더니 이 지경 되었다.

쥔장의 게으름을 탓해야지 별 수 있나... ㅠㅠㅠ

 

비닐이나 보온덮개로 덮어줬어야 했는데... 이제와 한탄을 해보이..

그래도 몇놈은 살아있을 듯 싶어 늦게라도 단도리를 해주긴 했다.

봄이 오면 신기하게도 뭇 생명들이 여기로 모여들더라고...

 

겨울냉이  바부쟁이 개망초...

얘들은 겨울에도 그 추위에도 살아남아 꽃을 피운다.

 심지어 민들레는 씨까지 맺어 날린다.

 얘들은 성질도 급하지... 벌써 촉을 이만치 내밀었다.

이넘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랜만에 아이들이랑 마당에 숯불잔치 벌렸다.

얼렁 먹고싶은 아이들... 가위들고 설친다.

 

작은넘~~ 몰래몰래 뭉실이 갖다주려고 따로 몇 점 챙겨놓고...

간만에 원없이 먹었다.  도시에선 이런 맛 안 나대...  아무리 해도...

아이들이 이젠 왜 부모가 자신들을 산골에서 키우려했는지 확실히 깨달았단다. 온몸으로...

그동안 도시로 가 공교육을 받으면서... 도시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느낀 바가 많았단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행복하다고... 

산골에서 자란 그 기운으로... 몸튼튼 맘튼튼 살아갈 수 있다고...

 

밤하늘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며...

산골에선 원없이 보는 별들이 왜 도시엔 없느냐고...

도시 아이들의 일상생활이 너무 짠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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