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이리 비가 추적거리면 날궂이적이나...

산골통신 2011. 5. 21. 16:50

날궂이 적 한판 구워 먹어야 된다.

논도랑가에 미나리 베어다 척척 구워도 되고

뒤안 텃밭에 비온뒤 쑥쑥 올라오는 정구지 칼로 도려다 적 꿔도 되고

집뒤 죽나무 순 뜯어다 그대로 밀가루 개서 적 꿔도 그 향이 일품이다.

그런 맛은 어디 가서도 못 찾는다.

 

날궂이 적은 그냥 비오는 날... 추적추적 별볼일 없는 날에 해묵어야 한다.

봄 다 지나가고 여름 급하게 닥치는 요즈음...

고추 다 심었고 옥수수 잎 돋아나고 한바탕 김메기 들어가주고 난 다음...

쪼끔 한가한 철... 모내기 준비해야 하나.... 한참 논엔 모가 자라고 있지....

뭐 트렉터가 논 삶아주고 이앙기가 척척 심어주니 뜬모나 잡아주고 빈모가 더 챙길까...

그다지 할 일은 없다.

 

풀하고 꽃만 열심히 자라고 있는 마당을 하릴없이 쳐다보며

생각나는 것이라곤 날궂이 적밖엔 없네그랴...

낮잠자기 딱 좋은 이런 날... 부랴부랴 일어선다.

 

정구지는 바로바로 베어줘야 연하게 잘 자란다. 봄비가 좀 잦으니 쑥쑥 자란다.

먹을 게 흔하다고 좀 냅둘라치면 바로 억세지고 뒤이어 꽃대가 올라와버린다.

성질이 무쟈게 급하다.

 

여름철 비가 오죽 와?  허구헌날 정구지만 묵어야 하느냐고...

갸들 번식이 얼매나 좋은데... 조금만 심거놔도 금새 쑥쑥 번져요.

에고...  그냥 냅두지?  그럼 바로 꽃대가 올라오고 대궁 억세지고 꽃이 피워버~~

그럼 건질 거이 없으...  눈 딱 감고 낫으로 싹! 비버려야 혀.

 

이번에 싸악 비었다.

떡버들 나무 옆으로 방아가 무수히 자란다.

한 포기 갖다 심었었나??? 그 뒤로 거기엔 방아가 터잡고 자란다. 말려도 소용없다.

씨가 얼마나 많이 맺히고 떨어지고 또 싹이 트는지... 그냥 한 귀퉁이고 해서 냅둬버린다.

방아순 몇 뜯어다 정구지 적 개놓은데 넣는다.  향이 지긴다.

절대 많이 넣으면 안 된다. 방아 향이 정구지 맛을 베려버리고 방아맛이 다 차지해버리니까.

조심해야한다.

 

도시 아파트 촌에 가면 녹지대에 봉다리 들고 돌아다니시는 할매들 많은데...

뭐 하시는고 딜다봤더니 망초순 뜯으시더라..  그거 드시는거유??? 그거 맛 없는데요...

그래도 도시에선 나물 귀하니까 망초도 귀한 대접 받는단다...

거기다 방아잎 넣어서 같이 해보셔요~~ 그럼 맛이 살아날꺼예요...  

 

근데 방아잎을 어데가서 구하나~ 염장지르는 발언이었지비...

 

산골엔 흔하고 흔한 것들이 도시에선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아... 물론 마트나 재래시장가면 있긴 하다.

 

정구지적 서너 둘기 궈먹고 나이... 딴생각 안난다.

이런날 낮잠이나 한숨 때려야한다.

 

쌀방아는 찧어서 부쳤고.

이제 우리 먹을거 밖엔 안 남은듯 하고...

매실은 나날이 굵어가고...  박스는 주문해놨고...

이제 뭐해야 하나...

 

마당가 쳐들어온 토끼풀이나 삽으로 떠낼까?

딸내미 난리 날꺼인데?? 갸가 토끼풀꽃을 얼매나 좋아하는디... ㅠㅠ 별일이여...

마당 민들레는 포기했다.  꼬맹이가 씨앗봉지채 흩뿌린 뒤로... 두손두발 다 들었다.

그냥 이대로 사는겨... ㅠㅠ

 

밥 안 준다고 강냉이 식구들 어데론가 이사갔다.

간간이 노랑이들이 눈에 띄긴하는데... 어데가서 또 새끼쳤나보더라...

전에 도망간 댕댕이도 새끼쳤는지 눈처럼 하얀 아기고양이가 보이더라...

가끔 마주치면 눈인사는 하고 보는데... 갸들은 선녀를 이자묵은거 같더라.

 

솔숲너머 야생초밭에는 아롱이 무덤이 있다.

산짐승 누군가가 자꾸만 범접을 해서...

돌탑을 쌓아줬다. 

 

비 솔솔 뿌리는 날... 살짝 일 할 것이 없는 날... 고추비닐하우스 안 일이 아직 없는 날...

이런 날엔...  그저 산길 들길 물길을 헤집고 다니다 오고싶다...

 

근데... 근데...

정구지적 꿔먹은 탓인가...

졸음이 살살...

뜰아랫채 툇마루가 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