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아직도 얼치기를 못 벗어난 농사꾼
농사을 지을땐 올인!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 농사짓네~ 말할 수 없는것.
해서 난 농사꾼이 아니다.
우수 경칩 다 지났다.
꽃샘추위 몇번 지나가면 누가 뭐래도 봄날이다.
농사는 봄에 준비하는 것이 아니지.
겨우내내 준비 요이~ 땅! 해야하는 것이지...
따뜻해진 햇살 받으며 슬금슬금 논밭으로 겨나가는 사람은 농사꾼 자격 없다.
겨우내내.. 땅속사정은 부지런하지 않은 인간 눈에는 안 띄거등.
매실나무가 제법 컸다.
가지치기를 해주지 않은 곁가지들이 본가지를 위협할 정도로 자랐다.
열심히 넘의 매실나무 전지해놓은 것을 훔쳐본다.
에고..왜 울 매실나무는 멋지게 안 되는겨~~
왜 자꾸만 엄한데서 곁가지가 돋아나는겨.. 에구~ 속상혀...
착착 방사선 부챗살 모양으로 좌악~ 멋드러지게 퍼져야 되는데 말이지.
왜 얘네들은 답답하게 지들끼리 모여있는겨...
희한한건~ 전지를 해주지 않은 나무들은 보기좋게~ 잘 자라있고...
전지도 필요없을 정도로...
전지를 해마다 해준 나무들은 해마다 전지를 해주지 않으면 미친년 머리카락처럼 퍼져자라더라고...
해서 재작년부터 전지를 멈췄다. 안 한다.
여엉 보기싫고 해주지 않으면 본가지가 위협받을 나무들만 골라서 해 줄뿐!!!
자연스러운 것이 좋지 않냐... 이 게으른 무늬만농사꾼은 그리 변명한다.
톱과 전지가위를 들고 돌아다닌다.
매실나무 가시에 이마도 푹 찔려~ 피봤다. 아파.
팔다리야 옷을 단디 입고 나서면 괜찮은데~ 얼굴은 어찌 피할 도리가 없더라고~ ㅠㅠ
솔숲너무 매실밭은 전지가 필요없을 정도로 잘 뻗으며 자라고 있고...(처음 심을때 빼고 전지 해준 적 없음)
뒷골 매실밭엔 무쟈게 무성하게 이 가지 저 가지 막 뻗어 지들맘대로 자라고 있다.
해마다 전지를 해줬다고는 차마 말 못 할... ㅠㅠ)
누가 그러더라고~
나무들 전지는 여름에 해주라고~
봄에 해주면 자꾸만 뻗어나온다고...
물이 그만 뻗고 뿌리로 내려갈 무렵에 해주면 덜 자란다고...
그 말이 솔깃해 믿고설랑 전지를 두 해를 건너뛰었다.
그 말도 영 못 믿을 말은 아니더라마는...
먼 일인지 깍지벌레 피해도 덜하고...
하여튼!
약이라곤 칠 새도 없거니와 칠 생각도 없는 무늬만 농사꾼이라...
약치는 기계통은 늘 먼지에 파묻혀있고~ 농기계고치는 사람이 와서 한숨만 팍팍 쉬고 갔더랬다.
기계를 안 쓰고 놀리면 고장난다나...
그러거나 말거나~ 깍지벌레약 외에는 친 적이 없는데~ 그나마 몇년쩨 까묵고 건너뛰어 걸러버렸다.
에라이~ 효과도 없는 약 까짓~ 약치는대신 깍지벌레가 심한 가지만 골라 팍팍 쳐내버렸더니 더 안 번지더라고...
그러이 또 약칠 일이 없어진거라~~ 그러이 약통은 또 먼지구덩이에 파묻혀버렸지비...
올해 조심해야 할 건 반점병인데~ 그것만 없으면 좋은데 말이지...
약을 안 치면 꼭 생긴다네??? 그래서 반점이 무농약 매실이라는 확실한 증거라고 그걸 내세운다네??
그렇지만 깨끗해야 좋지~ 반점이 있으면 좋다 하나~~
올핸 매실체험판매를 대대적으로 할 생각이니~
매실을 깨끗하게 잘 키워야 한다고라...
몇해 동안 약을 안 쳤으니~ 쪼께~ 고민이 되더라고.. ㅠㅠ
저거 괜찮을라나... 우리 너무 무대뽀 아녀???
우리 영양제라도 좀 주자... 효소 만들어서 좀 뿌려라도 주자~~
걍 거름만 디따 주고 말면... 거 양심찔리지 않우???
우리가 도시로 산골로 정신없이 싸돌아댕길 때~
할매는 소리없이 조용조용 농사를 돌보시고 계셨다.
텃밭엔 상추가 겨우내 얼어죽지 않고 살아남았고...
밭 고랑고랑사이엔 겨우내 정짓간에서 나온 검부지기며 이런저런 농사수확후 나온 찌꺼기들이
가득 덮여 삭아가고 있었다.
쪽파가 다시 초록빛을 살리고 있었고
삼동추가 이젠 도려먹어도 될 정도로 제법 자랐다.
대보름 무렵에 캔 냉이는 바싹 말려놨다.
누가 아직 봄이 아니고 겨울이라 하는가...
봄은 진작 왔는데... 겉만 보고 춥다고 난리지.
버들강아지는 한창이던걸...
배나무 아홉 그루는 가지치기를 다 해줬다. 아주 훤하게 쳐버렸지.
올핸 좀 덜 알을 달고 조금만 봉지를 씌워서 잘 보살펴줘야겠더라고.
작년에 배꽃이 추위에 다 떨어지는 바람에 달린 거이 적었는데~
그 덕분인지~ 일일이 알을 속아주지 않아도 되었는데.. 그 바람에... 알이 아주 굵고 달더라고요..
그걸보고 올해는 가지마다 몇개씩만 달아줘야겠다고 할매랑 선녀랑 작심했다.
어여 일은 해야겠는데~
뭔넘의 일이 이리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지...
머리속을 좀 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