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눈은 녹았지만 마음은...
원래 인적이 드문 산골이긴 하지만
더 사람기척이 없어졌다.
차들만 간간이 다닐 뿐.
시내 볼일이 있어 버스 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대충 차 시간표를 알긴 하지만 하릴없이 기다리는 것도 조바심이 나서
찬바람 길로 나서 걸어간다.
골목마다 허옇다. 석회가루를 뿌려놓은거다. 플랜카드가 펄럭거린다.
구제역때문에 외지인 출입금지한다는...
마을입구마다 걸려있다.
썰렁하다.
주변이 모두 구제역 피해지역이라 더 마음들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는가보다.
버스에서 내리니 구제역 소독하라고 일일이 외치는 사람이 서 있다.
가게 앞마다 발 소독하는 상자가 놓여있다.
동동거리며 쫓겨사는 사람은 마을사람들이고 정작 외지인들은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가보더라.
그냥 휙휙~ 지나친다. 외치는 사람들이 머쓱할거 같다.
정류장 한켠에서 택시 기사들이 모여 툴툴거린다.
오늘 어데어데 들어갔다 왔는데... 세차를 세 번이나 했다고...
길목마다 소독한다고 차에 막 뿌리거등. 그게 잘 안 지워진다네... 허옇게 뒤집어쓰고 다녀야 한댜...
그러면 손님들이 싫어한다고 바로 세차를 하고 또 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해야한다네...
40여 분을 기다려 버스를 탄다.
볼일을 보고 다시 차를 탄다. 겨울 산골 풍경은 늘 그러하지만
올 겨울은 더 스산하다.
응달 논밭엔 눈이 아직 덮여있다. 볏짚들은 다 거둬갔나보다. 하얀 마시멜로같은 포장된 짚단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이제 일손이 없어 짚가리를 만들어 올리질 못한다.
어지간하면 전부 기계로 걷어묶는다.
볏짚을 일일이 사람손으로 걷어묶어 세워놨다가 짚가리를 만들어 쌓아놓았다가 한잠 잔 다음
축사나 창고로 갖다 날라야 하는데.. 그게 말이지 일손이 참 많이 필요한 거다.
짚 걷는 기계가 오면... 그냥 사람 하나 기계 하나... 드넓은 논에 트렉터에 매달린 기계 혼자 알아서 철커덕 철커덕...
짚을 뒤적이고 짚을 걷어묶고 툭툭 내던져 놓는다. 자동이다.
때가 되어 기계에서 사람이 새참먹으러 툭 튀어 나오지 않는다면~ 그저 기계혼자 일하는 그런 모습이다. 누가봐도...
마지기당 얼마... 이렇게 계산한다.
논일은 모두 그렇다.
밭일은 사람손으로 하지만 논일은 기계가 거의 다 한다.
그래서 혼잣몸이라도 논농사는 지을 수 있다~ 뭐 그런 말도 한다. 물론 농기계임대료며 일손 품값이 장난 아니지만~ ㅋㅋ
마늘이며 양파가 눈에 파묻혀있다.
봄에 가뭄은 안 들겠다 싶다.
겨울꽃밭이 썰렁하다. 울타리삼아 심어놓은 나무들이 잎이 없어 휑하니... 뚫려있다.
아무래도 서양처럼 팬스울타리 하나 둘러쳐야 하지싶다.
집이란 거이 좀 아늑한 맛도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겨울이면 이렇게 뻥~ 뚫리니 좀 그래...
마당 수도가 얼까싶어 꽁꽁 싸매놓았다.
겨울 한 철은 마당 수도를 사용하지 못한다.
콩나물 콩을 시루에 앉혀놓았다.
할매가 키우시는 김에 선녀네한테도 한 통 만들어주셨다.
니가 길러무라~~
콩나물 한 번 키운 통에 다시 콩나물을 앉히려면 햇볕에 통을 말끔히 소독한 다음써야 한다.
안 그랬다간 콩나물이 썩는다. 콩나물콩이 원래 좀 까칠하다. 생긴 건 깜찍하게 이뿌게 생긴 넘이...
콩나물 시루에 물 좀 줘라 두 시간마다 세 바가지씩...
아이들한테 이르고 나왔는데~ 이넘들이 안 까묵었나 몰러...
살짝 추운데다 시루를 놓아두었다. 그래야 빨리 자라지 않고 잔발도 나질 않는다.
누구네는 집을 비울 때는 냉장고에다 넣어둔댜... 그 집엔 조금씩 키워먹으니까 글치~ ㅎㅎ
누구네는 우유팩에다 길러먹는댜... 한끼니씩~ ㅋㅋ 그것도 좋은데...
자칫 물 주는 걸 까묵으면 얘들이 물 빨아먹으려고 잔 뿌리를 억수로 내놓는다.
일단 잔발 나면 못 말린다. 키는 더 안 자라고 잔 뿌리만 막 나온다.
올 겨울 내내 콩나물 잘 키워묵어야지.
요새 먹는거이. 된장박은깻잎에다 두부시레기국에다 콩가루냉이국이다.
온통 콩이다. ㅎㅎㅎ 가끔 입이 궁금하면 생선 한 마리 굽고...
더 궁금해지면... 넘의살 궈먹기도 한다.
먹고자고 구들장 지는 거이 이젠 습관이 되어서 바깥엔 일삼아 나가야 할 지경이다.
이제 봄이 와야 다들 깨어날꺼다.
다들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