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서리내린 아침부터

산골통신 2010. 12. 7. 11:01

산골 아침은 일찍 눈이 뜨인다. 도시에선 겨우겨우 모닝콜에 깨어나는데~

문을 열고 살짝 내다본다. 오늘 얼마나 추울까?

뜰아랫채 지붕 위가 하얗다. 마치 눈이 내린양. 눈? 눈이 크게 뜨여졌더랬다.

 

해가 올라오면 흔적없이 스러질 서리.

마당 여기저기 밭 여기저기... 사방이 하얗다.

 

방티를 묻어 만든 작은 연못에도 서리가 하얗다. 살짝 살얼음도 얼었다.

발로 디뎌보면 와자자... 깨진다. 부레옥잠이 뿌리만 파랗게 살아있고 잎은 다 얼어버렸다.

겨울에 그 뿌리까지 얼지않게 뭐라도 덮어줘야겠다.

 

 사실 겨울에 왜 그렇게 추워보이는지...  썰렁 그 자체다. 볼품없고.

 흔들그네 위에도 서리가 하앟다. 나뭇잎들이 날라와 앃인다. 쓸어내도 쓸어내도 하룻밤 지나면 다시 이모냥이다.

세상의 나뭇잎이 다 떨어져 삭아야 안 날라오지 싶다~ ㅎㅎㅎ

 

그 와중에도 노랑국화는 꽃을 피운다. 꼭 이 계절에 피어야 한다는듯이. 잎엔 벌써 낙엽이 지는데...

꽃은 제철을 만났다.

 

뒤안 옆 배추밭은 이제 텅 비었는데~   그곳에도 서리가 내렸다.

배추 잎사귀들을 다 거둬들여 같이 사는 달구집에 넣어줘야지.   이제 해 올라오면 비닐을 걷고 밭을 좀 쉬게 해줘야 한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수고했으므로...  겨우내 밭에 이런저런 검부지기 정짓간에서 나오는 거름끼있는 것들을 내다 뿌려주면 좋다.

김장을 하고 난 다음 시레기 하려고 놔둔 배추 잎사귀들이다. 하룻밤 놔뒀는데도 서리때문에 이렇게 되었다.

그냥 말려서 시레기를 해도 되지만~ 가마솥에 살짝 데쳐서 얼려두면 연해서 먹기 좋다. 우린 일년내 그렇게 쌓아두고 먹는다.

 돌담가 호박덤불이 이렇게 희한하게 변했다. 도시에서 놀러온 꼬마아이가 묻는다.

이게 뭐예요?   호박덩굴이란다. 얘들은 서리가 내리면 이렇게 되지.

 모과를 주워 모았다.  해마다 모과는 따질 않고 주워야 한다. 죄다 떨어지니까.

쿵쿵~ 지붕 위로 돌담 위로 장독대 위로... 

 뭐 하나도 성한 것이 없다. 다 벌레먹고 썩고 그렇다. 이웃에 있는 빈집이다.  노후엔 들어오겠노라고 그러던데~

언제나 들어올지 모르겠다.  집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훈기가 없어져서 영 볼품없이 되어버리던데...

 이노무 모과가 말이지~ 스레트 지붕을 다 깨놓았다. 쿵쿵!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데...

자다 말고 깜짝 놀랠때가 얼마나 많았던지 ㅠㅠ 걍 고이 떨어지면 뉘 뭐라냐?  저 지붕 깨진거 좀 보래~~ ㅠㅠ

 

할매가 올 겨울에도 콩나물을 키우신다. 할매 콩나물 키우시는 솜씨는 놀랍다.  말끔히 씻어서 김장하러 온 대처 식구들이 한 봉지씩 가져갔다.

 

언덕 위 쪽파밭이다. 아직 푸른끼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제 얘들도 이대로 월동한다.  내년 봄에 촉이 이쁘게 돋아나올꺼다.

얘들 위로 이불 덮듯이 지푸라기나 왕겨나 이런저런 검부지기들을 덮어주면 내년 봄 아주 실하게... 튼실하게 올라올꺼다.

 마늘밭이다.  이대로 얘들도 겨울을 난다.  옛날 비닐 없이 농사지을때는 얼어죽는 마늘도 많았다는데... 이젠 그럴 염려는 없다.

봄에 촉이 올라오면 일일이 하나하나 끄집어내줘야 한다. 그때까지는 이대로 둔다.

다만 겨울 찬바람에 날라가지 않게 하루에 한두 번은 망을 봐줘야 하느니~ ㅎㅎㅎ

그리고 이른 봄에 땅이 얼다 녹다 할적에 덮어놓은  흙이 헐거워져서 비닐이 벗겨지는 수가 있으니 잘 보살펴줘야 한다. 

저 왼쪽 중간쯤부터 윗쪽으로 사선으로 주욱~ 일자로 발자욱이 났는데... 지금은 흙을 덮어줘서 분간은 힘들지만...

할매가 호랑이 발자국 아니냐고 하신 그 흔적이다.  덮힌 흙을 걷어내고 살펴봤지만 이미 시간이 지나서 분간이 힘들더라.

개발자국보다 훨 더 크고 소 발자국보단 작더라. 하여간 뭔진 모르겠다. 그냥 넘어가야지.

 

이제 겨울이다. 김장도 마쳤다. 올해 메주는 안 쑤신단다. 작년 재작년에 엄청나게 많이 담아놓으셨다고...

간장도 고추장도 많이 해놓았다고...  올 한 해는 쉬자 하신다.

 

아침저녁으론 썰렁하고~ 낮에는 봄날씨같다.

논엔 짚을 다 거둬들였고  마늘과 양파를 심고 덮은 비닐만이 하얗게 빛난다.

이제 다들 쉴 철이다.

 

아직 마을회관엔 불이 안 지펴졌는지 사람 기척이 없다.

서리가 하얗게 내린 아침에...  일없이 싸돌아댕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