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한여름의 마당...
말로인지 멀로인지~
또 태풍이 온다캐서 허둥지둥 서둘러 일을 마치느라 카메라 들고 설칠 여유는 없었다.
벌초도 해야했고 밭 풀도 깎아야했고~ 나무꾼은 쉴새 없이 바빴고.
선녀랑 할매도 비가 들이닥치기 전에 배추고랑 다듬고 비닐씌우고 하느라 뭐 앉아있을 틈이 없었다.
비오기 전에 흙을 만져야지 비온다음엔 질척거리고 흙이 딱딱해지고 뭉쳐져서 호미질하기가 여엉 사납다카이...
딴집엔 사과봉지 다 벗겨줬다고 우리도 언넝 벗겨줘야 한대여~
글씨... 올사과이긴 해도~ 벌써 벗겨요? 걍 냅두죠~
까치들이 쪼잖유...
나방 피해는 이제 벗어났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희득이네가 사과봉지를 다 벘겼으니께~ 우리도 벗겨야 한대여~ 글씨~ ㅎㅎ
그려서 다 벗겼지비...
한 나무에 사과를 이십개 정도만 달아야 하는데~ 너무 많이 달았다나~
그래도 우째. 아까운걸. 멀쩡한 넘을 어케 따내냐구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자잘한 넘들부터 눈 딱 감고 따냈다.
그럭저럭 맛이 들어 먹을만은 하더라고.
아침나절엔 날이 흐리더니~ 낮엔 땡볕...
땀으로 옷은 다 젖고... 갈아입고 어쩌고 할 새도 없이 다시 일을 해야했기에~
벗을 여유조차 없었다.
그냥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은 옷을 입고 버팅겼다나...
이틀 연속 일을 해치우고 나니~
이제 급한 일은 없네그랴...
그제사.. 마당 꼬라지가 눈에 들어와.. ㅎㅎ
낫과 전지가위를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에구야. 풀들 등쌀에 방티연못이 안 뵌다.
수에추가 사람키만치 자라서 꽃을 피우는 바람에 여기저기 정신이 없고~
이넘은 한 포기가 얼마나 많이 차지하는지... 마치 나무같다.
꽃이 이뻐서 걍 냅두고 냅두고 했더니~ 못 봐주겠다.
꽃범의꼬리와 벌개미취가 죄다 자빠졌다.
순을 쳐줬어야 했는데 한눈팔다가 올해도 이리되었다.
딴집 꽃들은 그냥저냥 키가 자그마하단데~ 왜 울집 꽃들은 이리 키가 크냔 말씨.
감당도 못하게말야.
천상 헐 수 없어 고추묶는 끈을 갖고와서 이리저리 묶어줬다.
어둑어둑해진 해거름에 찍은지라 사진이 여엉 엉망이다. 액정마저 반쯤 나가버려~
걍 대충 대고 찍었다.
왜 호랭이 꼬리가 요모양일까? 호랭이꼬리가 요케 생겼나?
그래서 꽃범의꼬리인가? 호랭이꼬리 참 이뿌다~ ㅋㅋ
옥잠화꽃을 제대로 감상해볼 새도 없이 벌써 진다.
죄다 자빠진 벌개미취를 이리저리 아름아름 묶어줬다. 내년엔 필히 순을 쳐줘야지!
흑장미라 해서 사다 심었는데 빨간장미가 핀다. 먼일?
묶어놓으니 꽃다발같다.
다 죽어가던 연을 방티 하나 갖다 묻어뒀더니 살아났다. 부레옥잠도 무쟈게 번식했고~ 못말리...
이런저런 풀들을 뜯고 베고 한 뒤에야 나타난 방티연못~
자귀나무와 산국 그리고 엉디만 보이는 돌두꺼비 한쌍~
내는 분명~ 수국을 사왔걸랑? 근데 얘가 피었어... 얘가 수국이 아닌건 분명한데 말이지...
어따 하소연을 해야할지... 산 곳에다 따져야 할지... 에고.
근데 얘 이름이 뭔지 몰러.. 어데 가서 이 꽃이 많이 핀걸 보긴했는데 말이지...
샘가에 더덕씨 하나 날라와 싹을 틔워 잎을 내고 하더니~
이렇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좁아터진 방티연못에 대체 몇식구가 사는겨~ 어여 연못 하나 큰거 파야하는데...
당췌 시간이 없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