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이걸 다 어케 먹으라고요~~

산골통신 2010. 7. 26. 21:15

얼라들 거둬먹이라고 늘 한 자루씩 정짓간에 던져주고 가신다.

오늘도 감자 한 푸대 호박 한 푸대~ 끄윽...

저거 어케 다 묵지?  호박이 몇개냐? 푸대를 아차 잘 못 잡아채 호박이 다 굴러나와 막 굴러댕긴다. 온 바닥을~ ㅠㅠ

감자는 저번에 헛간서 꺼내왔는디.. 또 꺼내오슈...

그새 다 안 묵었냐? 빨랑 묵어~~

 

우리가 뱃속에 걸신키우는것도 아이고요...  우리가 알아서 묵을께요..

아무리 이리 말씀드려봤자 소용엄똬.

가지 토마토 오이 막 따다 주신다.

할매가 안 따시면 세월아 네월아 달린 채로 늙어가니께.

우리야 먹을 때만 후딱 뛰가서 꼴랑 몇 개만 따오니께~ ㅋㅋㅋ

 

농사란 그렇다. 아무리 작게 심는다해도 밭이 비니까 그거 못 봐넘긴다. 뭐라도 심고본다.

씨앗이 있고 땅이 있으니 자연 그렇게 되고본다.

심기만 하면 먹을게 쌓이는데 어찌 안 심고 베기고 또 빈땅 못 봐넘기는 농사꾼체질이라 더 하다.

해마다 조금씩 농사량이 줄어든다.  가지수도 줄어든다.

그래도 수확철만 되면 그득찬 곳간을 보게 된다.  먹을게 넘쳐난다.

 

요새 저 위 헛간에 감자 마늘 양파 그득그득 쌓여있고 걸려있다.

집앞 텃밭에는 배추 옥수수 정구지 상추 고추가 자라고 있고...

언덕밭에는 또 고추와 콩 고구마가 자라고 있다.

또 그 위 언덕밭에는 또또 고추와 참깨와 들깨와 팥과 콩과 이것저것 막 자라고 있다.

 

밭 생긴 꼬라지가 산비탈이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급하게 서둘다 호미라도 빠뜨리고 밭에 올라가면 똥개 훈련 따로없이 낭패본다.

해서 밭 여기저기 장갑 호미 괭이 널려있다.

늘 손가는 곳에 두고다니는 바람에 아차 잊어버리고 챙기고 그냥 오면 비에 햇살에 바람에...

녹슬고 바래지고 썩어진다.

할매요~ 우리 이카지 맙시다... 물건 귀한줄 알아야 한다고라...

꼭 챙겨갖고 소마구에다라도 갖다노소...

그래갖고 요즘은 농기구 있는 곳이 정해져서 잃어버리는 것이 줄었다

조그많게라도 밭 한 켠 구석탱이에 농기구 보관 창고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싶다.

 

비가 왔다.

일 못하게 온다.

여름 전지 했다.  원래 과실나무 전지는 겨울과 이른 봄에 하는데

여름에 과실을 따낸 후 해도 된다고 해서 이번에 실험삼아 해봤다.

비를 맞으며 때론 비를 피해가며.. 좀 쉬어가며...

나무꾼이 고생많이 했다.

그래도 힘들게 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하고싶어 하는 일이기도 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어서 좋다.

일하는 과정에서 힘듦을 느끼기 보다는...

일을 함으로써 얻는.. 그 무언가가.. 늘 크게 다가온다.

 

그래서 좋다.

뜻은 있으나 마음은 있으나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오랜기간 마음을 품고 있다가 시행착오 여럿 겪다가  지금은 그런대로 정착을 한 셈이긴 하지만

마음있는 곳에 길이 있으리니...

그게 맞는 말이다.

 

근데 꼭 시골로 아주 이사갈 필요는 없지싶다.

작은 텃밭 하나 작은 오두막 하나... 장만해놓고 왔다리갔다리 두집살림부터 시작해도 좋지않나싶다.

집 통채로 이사갈 여건 안 되는데 가고싶다고 못 간다고 아우성 칠 필요는 없다 뭐 이런거다.

독일의 클라인가르텐 러시아의 다차 우리나라의 주말주택.. 주말농장..

고급으로 놀 필요도 없고~  적당히.. 여건에 맞게.. 시작이 반이라꼬...

 

오도이촌이라는 말이 요번에 알았는데

오일은 도시에서 이틀은 촌에서 라는 말이란다.

오도이촌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분이 계신데  선녀는 오도이촌이라는 마을이 어데 있는 줄 알았더랬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