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마당에 핀 꽃
산골마을에 대문 위와 담장을 빨간 덩굴장미로 장식한 집이 두집 있어요.
그집 남편이 용접을 할 줄 아니까 둥글게 철골을 대서 장미덩굴이 올라갈 수 있게 해놨더라고요.
언제 한번 우리도 대문께에 한번 만들어달랠까... 욕심이 나더라고요.
대문 가득 붉게 타오르는 장미라니...
우리집 대문(이름만 대문)은 여엉 꼴갖잖거든요. 참말로.
그러던 어느날 나무꾼이 꽃시장에서 덩굴장미 한 그루를 사갖고 왔어요.
요놈이 꽃을 피웠네요. 이제 줄을 매줘야겠죠?
딸내미 방 창가에 그늘지라고 일부러 여기에 심었어요.
요거라도 잘 키워 가꿔봐야죠.
여름 초입... 붉은 장미를 보면 타오르는 불꽃과 함께 뜨거운 정열이 느껴져요.
마당 잔디밭이 쪼매난데~ 그나마 잡풀밭이 되었대여.
이거 깍아줘야 할낀데...
첨에 잔디를 심고 할 적에는 오솔길처럼 만들어서 이쁘게 가꿀 생각이었는데
풀들이 가만 냅두질 않죠~ ㅎㅎㅎ
수련이 매일 아침 올라옵니다. 노란 수련은 아마도 겨울에 그만 북망산 갔나봐요.
분홍연꽃만 올라와요. 큰 잎에 숨어서 기웃거리고 있는 걸 헤치고 찍었어요.
쇠뜨기 풀이 기를 쓰고 쳐들어오고 있네요~ ㅠㅠ
노란 수련이 사망하는 바람에 부레옥잠을 갖다 넣었어요.
다섯포기 띄웠는데~ 달랑 세포기 살아남았네요. 올 봄이 워낙 추웠잖아요.
냉해를 입었죠.
그래도 기특하게도 새끼들을 많이 번식시켰네요. 금방 방티연못이 가득하겠어요.
나무꾼이 장미를 무척 좋아하네요.
노란장미 빨간장미 분홍장미를 사왔는데~
빨간장미가 제일 먼저 꽃을 피웠어요.
꼭 파는 장미꽃 같다는... 요럴때가 제일 이쁘죠?
얘 이름이 뭐랍니까? ㅎㅎㅎ
가장 오래 꽃이 피네요. 사월 그 추웠던 밤에도 냉해를 안 입고 살아남고요.
계속 피고지고 합니다. 무더기로 한짝에 심으면 참 멋있겠어요.
하얀 접시꽃 빨간 접시꽃이 피려고 준비중이고요~
씨를 뿌려 한 포기 키웠었는데 지들이 해마다 씨를 맺어 온 마당에 퍼져버렸어요.
봄마다 얘들 싹이 돋으면 캐다가 여기저기 의지해서 살 곳에다 옮겨 심어줘야해요.
얘들은 워낙 키가 커서 의지할 담이나 나무같은 것이 없으면 여름 태풍에 휙~~ 자빠져버려요.
분꽃이 여기저기 싹을 틔웠네요. 분꽃은 다 자라면 한 무더기 되니까
얘들도 미리 넉넉한 곳으로 옮겨줘야해요.
일부러 일삼아 심지 않아도 되는 꽃들이 절로 씨를 퍼트려 자라고 있네요.
교통정리를 안 해주면 온 마당이 잡동사니 꽃밭이 되어버리죠.
그런 점에서 미국의 정원가이자 그림동화작가인 타샤튜더 할매가 참 존경스러워요.
30만평 된다죠? 그 정원이.
그걸 다 어찌 관리하셨는지 원~~
저는 흉내도 못 낸다는. 그럴 땅도 없지만.
울집 콩알마당도 제대로 관리못해 정글로 만들어버리고 엉망으로 해놓는데 말이죠~ ㅎㅎㅎ
어떨땐 확~ 파뒤집어버리고 멋지게 만들고 싶은 생각도 굴뚝같애요.
한번 와 보시면 이 맘 이해하실듯~ ㅋㅋㅋ
솔숲너머 야생초밭 이천여 평을 잘 가꿔서 타샤할매 꽃밭처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죠.
거기다 작은 오두막 하나 짓고 원두막도 하나 짓고
일 열심히 해놓고 짬날 때마다 소나무 그늘 밑 바위 위에 앉아 땀도 들이고 한가로이 책도 보고...
물 나는 곳엔 연못 크게 파서 연곷이며 물고기 키우고...
이런저런 과실수 많이 심어서 자급자족하고 논 농사 지어서 방아찧어먹고
텃밭에 이런저런 푸성귀 키워 먹을거 대고
자급자족에만 목표를 두고 열심히 일하며 살다보면
나중에... 나중에... 세월지나 뒤돌아보고
아하... 참 좋다. 그치? 그럴 때가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