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오늘은 무쟈게~

산골통신 2010. 4. 24. 10:37

바쁜 날이다.

 

시아부님 기일

7촌조카 결혼식날 

당숙어른 칠순잔칫날

울 꼬맹이 태권도 국기원심사 가는 날

 

어데를 가고 어데를 안 가야 할꼬.

이리 한꺼번에 한 날에 들이닥치기도 어려운 일...

어젯밤에 온 식구가 머리맞대고  역할 분담을 했다.

 

니는 거그 가거라~ 내는 여그 갈께~

니는 여그 갔다가 저그로 튀어라~ 그담은 내 갈께. 등등 ㅎㅎㅎ

이른바 시간차 공격~ ㅋㅋㅋ

해서리 꼬맹이 국기원은 물 건너 가려고 할라는 찰라...

 

울 꼬맹이... 옆에 살짜기 와서 하고 사라지는 말...

" 엄마 오지 마, 안 와도 되는데...   오면 99.9% 좋아..."

띠옹...

야가 시방 오라는 야그여~ 오지 말라는 야그여???

 

어쩔 수 없이 촌수가 먼 곳부터 정리 시작~ ㅎㅎㅎ

결혼식은 부조금을 전해달라고 떠넘기고~~

칠순잔치는 일찌감치 갔다가 도장만 찍고????  줄행랑 치기로 하고~

꼬맹이 국기원은 안 갔다간 이넘한테 새새생생??? 씹히게 생겼으니

일단 가서 사진이나 후딱 찍어 증거물로 들고 쥐도새도 울 꼬맹이도 모르게 사라져야 하느니...

 

이렇게 집안 대소사가 하나라도 있는 날은

일 못한다.  맘이 수런수런해서리...

 

일은 자꾸만 밀린다.

이번주안으로 끝내려고 했던 너덜너덜 비닐하우스 짜깁기는 물 건너갔다.

비닐하우스 작업은 바람부는 날에 하면 절대 안된다.

농비어천가라고... 티비에서 금요일 저녁마다 하는 귀농프로그램을 보자하니...

눈물의 비닐하우스라고...  에궁.. 넘일이 아녀.

 

그러게~ 알만한 사람들이(전문업자가 있더만~)  왜 눈바람 몰아치는 날 하필 골라서 일을 강행하는겨!!!

아무리 날짜가 촉박해도 바늘 허리에 실 묶어 쓸 순 없잖여~

바람 불때 비닐작업 하면 다 해놓아도 헐렁헐렁~ 펄럭펄럭~  팽팽하게 마무리작업이 안 된다고라...

 

그래서 우리도 바람 고요한날 고르고 골라서 한단 말여...

그러느라고 이리 작업이 늦어지는거인디... 에궁.

 

전에 어느해 봄날 밭고랑 따고 고랑고랑 한참 비닐 씌우고 있었는데...

밭고랑에 앉아 흙장난하며...큰넘 작은넘 오두마니 앉아 어른들 일하는 걸 보고 있었더랬다.

 

그때 무심코 바람이 휙~~ 불었더랬지.

순간 비닐이...  하늘로 치솟는데...  이짝에서 저짝까지 휘익~~~   원을 그리대...

안 날라간거이 천만다행이여... 날라가서 그옆 살구나뭇가지에 걸렸으면 우짤 뻔 했어~

 

그때 작은넘    "우와...  무지개같다. 멋있다!"

그랫던가? 가물가물...

 

근데 꼭 비닐작업하면 바람 한 점 없다가도 바람이 불더라고~ 참 희한하지.

비닐은 바람을 억수로 타여~

 

산골에서 자란 탓인지~ 아니면 잘 모르겟는데...

울 얼라들 사회 생물과목 공부는 참 잘한다. ㅋㅋ

학교 샘이고 학생들이고간에 콤바인도 모르고 트렉터도 모르더란다.(오해 없으시길~)

해서 이것저것 지가 아는대로 설명도 하고 발표도 하고 했다네~

어떤 날엔 현미가 뭔지를 모르는 애들이 있고 (선녀왈: 모를 수도 있겠지~)

근데 더럽다고 하는 애들도 있어서 기절을 했다나 어쨌다나~ ㅠㅠ

엄마 엄마~ 도시애들은 다 그래? 왜 그래? 왜 몰라?

 

그동안 아이들이 집에 와서 털어놓는 이야기들을 다 모아놓으면

기맥힌 도시샘과 도시아이들의 어록 하나 탄생하지싶다. 이거 웃을 일 아이다. ㅠㅠ

 

공부를 하는데 왜 하는지 모르는 애들이 태반이랴~ 

부모가 이리 가라면 이리 가고 저리 가라면 저리 가는 인형이래... 

작은넘이 시간이 모자라 낑낑거리고 숙제를 하는데 왜 숙제를 힘들게 하느냐고~ 답을 배껴가라고 진지하게 충고를 하더랴.

다 그러진 않겠지만~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답답해 하는 아이들...

그렇게 학원 다니고 과외받고 하면서도 성적은 저보다 못한 친구들을 보면서

울 아이들은 도통 이해를 못한다나 우쨌다나~

그렇게 밤늦게까지 학원다니고 비싼과외 받으면 전교일등해야 하지않냐고 왜 자기보다 못하냐고~

돈이 많아서 부자라고 자랑만 한다고 바글바글 거품을 문다.

더 기맥힌건 그 아이들 학원진도는 벌써 1~2년을 앞서 공부하고 있단다. 즉 벌써 수능공부를 하고 있단 사실...

에구..   씁쓸한 현실... 울 아이들은 그날그날 학교 공부 따라가기도 벅찬데~ ㅠㅠ

 

아이들을 다독였다.  이해가 안된다고 오해는 하지 말거라.

잘난척 하지 말고 오만하지 말고...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모르면서 가만있고 되려 아는척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라고...

 

산골에서 자란 탓인지 도시아이들보단 좀 늦된다. 뭐 다른 이유인지도 모르지만~ ㅎㅎㅎ

그래도 하나하나 정확히 알고 넘어간다. 늦더라도.

뭐 그러면 됐지 뭐...

 

꼬맹이 학교 준비물 중에 꽃이 있어서  냉이꽃과 제비꽃 하나 쑥~ 뽑아줬더니만...

애들도 생명인데 이거 죽이면 어떡하느냐고~ 엄마를 못마땅하다는 듯이 막 뭐라뭐라 하는데...

에구~ 결국 물에 담궈놓았다가 땅에 도로 심어줬다~ ㅎㅎㅎ 못 말리...

별꼴이여~~  지는 허구헌날 땅 파제끼며 놀면서리~  이거 밭에선 잡초거등?

 

그래도 이런저런 일들을 돌이켜보면서  산골에서 아이들을 키운 것이 영판 잘못되지는 않았다는 걸로 위안삼은 날...

그나저나 오늘 몸이 자래갈라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