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매실 거르기~

산골통신 2009. 9. 22. 12:35

석달 열흘 내비둔 다음 거르리라 달력에다 표를 해놓았다.

만약 달력에다 표해놓지 않았으면 걍 세월아 네월아 헛간에서 묵을뻔~ ㅋㅋ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 낙하유수라... 요새 죽을맛이다.

하루 서너가지 일하는 것중에 꼭 해야 할 거라 기억해놓은 것 중...

꼭 한가지는 까묵고 안 하고 걍 넘어간다.

뭘 까묵었는지조차 모르니 말해 무엇하리.

 

오늘 아침. 나무꾼 왈:

이거 했어? 또 안 했지?

 

선녀 화들짝?

아~ 이번에 까묵은기 그거였어? 아이고... 

 

그 즉시 후딱 뛰가 종이쪼가리에다 적어갖고 비루빡에다
척!  붙여놓았다.

오늘은 필히 하고야 말리라고...

하지만 또 모르지. 비루빡에 붙여놓은 그 자체를 까묵을지... ㅠㅠ

여그 게시판에 적어놓았다해도 돌아서면 까묵을꺼야...   ㅠㅠㅠ

 

몇년 전에 할매 자꾸만 까스불 안 끄셔서 냄비 다 태우신다고 작은넘이 글씨 크게 써붙여놓았더랬는데~ 불조심 냄비조심! 이케...

소마구 물통에 물 안 잠그신다고 홍수조심~ 이케~  

이젠 선녀 차례가 왔구나... 요새 나이먹어가는 걸 무쟈게 절실하게 화들짝 화들짝~  느낀다.

마음은 언제라도 청춘인데 말씨~ 아흔 가까운 할배 말쌈대로~ 그건 진리여...

허지만 이 내 몸과 정신머리는 흘러흘러~ 가는구나~~~~

 

봐봐~ 또 까묵었잖아. 매실 거르는 이야기 쓰는 중이었는데... 딴길로 샜지비~

 

하여튼. 아침부터 통이란 통은 죄다 꺼내놓고 매실을 거른다.

얼게미 큰거  다 꺼내 설탕에 재놓은 매실을 통채 들이붓는다.

색깔이 거멓다. 항아리 색깔하고 같다.

마치 물들인 양...

 

일일이 소쿠리에 받쳐 찌꺼기를 걸러내고 맑은 매실청만 따로 유리병에 담았다.

그러는 바람에 병이란 병은 죄다 겨나와 하나 그득이다.

이따 청소하자면 애먹겠군~

 

여기저기서 어른들이 매실고추장 하신다고 걸러낸 매실 삶아 으깨달라시던데~

씨앗은 베개속 하신다고 말려달라시던데...

에구~ 일거리다.

작년 재작년에 해보고 다신 안 한다고 도리질을 쳤는데 말이지..

올해는 양이 적으니 눈 딱감고 함 해볼꺼나~~

 

설탕 뭐 좋아~ 적게 넣자 해서 적게 양대로 안 넣었더니 맛이 새콤하다. 덜 달다.

아무래도 1:1 적정량은 지켜야 하는가부다.

전에 어떤 도시할매 한 분이 설탕 안 좋다고 쪼끔 넣어서리~ 아주 매실청을 쓴약처럼 맹글어놓으신 적이 있었더랬다.

그거 어찌 다 드셨나 몰러~ 언제 찾아가서 함 여쭤봐야징~ ㅋㅋ

 

호박이 올해는 죄다 썩어 늙은 호박 없을 줄 알았더니~

웬걸~ 잎이 쭈구리 되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 눈에 띄는 누르팅팅한 호박들...

하나하나 따모았다.

올 겨울내내 호박삶아 물 짜서 묵을라고~

가마솥에 하문 좋은데~ 그거 힘들어.. 허리 분질러져...

걍 조금씩 솥에 해무야지.

 

하도 바빠 정구지를 제때 안 베먹었더니 자꾸만 꽃대가 올라오고 누렇게 늘어져..

선녀와 할매는 한탄만 하고 있다. 도시에서 다니러 온 어떤 도시 할매~ 아까바 똑 죽을라 하신다.

그걸 못 베갖고 왔단 말이다~~ 하시면서.

그 도시 할매 말쌈인즉슨~

누가 그랬다네~ 도시 사람들 무섭다고~  도시엔 다 없고 다 돈주고 사야하니까

시골 오면 다 가져가려 한다고 무섭다고~ ㅎㅎㅎ

아마 예전에 과천사는 사람이 남태령 너머 서울 사는 사람들 보고 했던 얘기인가봐~ ㅋㅋㅋ

 

머 어쨌든 간에 매실은 다 걸렀고~

항아리들만 씻어 말려놓으면 되니께 일은 다 끝났다.

조금 쉬었다가 다른 일 해야지.

 

요새 할 일이 나물 말리는 일인데~ 따가운 가을햇살이 딱 좋다.

이런 날엔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속상하다.

어데든 쏘댕겨야 하는데...

춥기전에 다 갈무리해야하는데~~

몸이 얼라들한테 묶여 있어 똑 죽겠다말이다.

그래도 이 농사 저 농사 해도 자식농사가 젤이란 어른들 말씀 새겨들어 꾹 참고 뒷바라지하고 있다.

해서 가을농사 우찌 되가는지 당췌 모르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