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날도 흐리고~
밤에 서리가 안 내렸다.
매일 새벽이면 하얗던 지붕이 말갰다.
새벽 뒤안 문을 살짝 열고 나서보니~ 찬기운이 덜하더라.
오늘은 그럭저럭 날이 따시겠네.
비가 올라나...
가을비는 오면 올수록 추워진다는데.
이제 비는 농사에 별 도움 안 되는데~ 다 거두는 시기이기 때문에.
며칠째 밤하늘에 달이 그득이다. 보름이 벌써 지났나...
오늘은 달무리가 진다. 아무래도 내일은 먼가 뿌리겠다.
하루종일 하늘이 부옇다. 구름이 낀 것도 아닌데...
오늘 뭐했더라? 자꾸만 까먹기 일쑤다.
아침. 며칠전에 발동걸려 막 해치우던 소마구 거름터미~
오늘 마저 싹 해치워버렸다. 속을 파뒤집어보니 허옇게 떠있더라.
허옇게 뜬데는 푸실푸실~ 삽질하기가 좋고~ 물기가 많은데는 떡이 되어있더라.
천상 쇠스랑 똥삽 삼시랑 번갈아가며 파뒤집어 실어내야했다.
바깥 거름터미에 거름산을 만들었다.
거름더미 위에 올라가 팍팍 밟아가며 둥그렇게 만들었다.
김이 솔솔 올라온다.
허옇게 살찐 굼뱅이도 보이고~ 얘는 먼 애벌레인가 몰라... 소똥구리인가?
꼭 매미 애벌레같이 생겼어.
땀이 조금은 나네. 옷을 하나 벗어제꼈다.
할매는 어제 심다 못 심은 이웃밭 양파 마저 심어주러 가셨고~
선녀는 마구 거름터미 똥산하고 씨름 마저 했다.
점심때가 되긴 된 모냥이야~~ 배가 실쭉하네~
이따만한 홍시 생각이 간절하네~~
한참 후 오신 할매보고~
밥무꼬 합시다~~ 목청 높여 봤으나~ 할매... 들은척도 안 하신다.
오늘 무 뽑아야한다. 이거 추워지면 얼어서 안된다카이~
쓱쓱 무를 뽑아 눞히시는데... 참 기력도 좋으시지...
내는 기운이 없고만.
무를 조금만 심었는데도 얼매나 크게 자랐던지~ 한손에 들지도 못한다.
두손에 모셔들어야 한다나~
뒷집 금동할매 건너다 보시고는~ 당신네 무도 이따만하다고 두손 높이 들고 자랑하신다.
그집이나 이집이나 먼 넘의 무가 이케도 크냐 그래...
엄청나네. 무 다 못 먹겠네. 먹다 못 먹으면 소한테 주지 머~ 아깝더라도 어쩔 수 있나.
칼로 무청을 도려낸 무를 구루마에 실어 날랐다.
헛간 구석에 비닐을 두텁게 깔고 무을 넣고 덮었다.
바람이 안 들게 하려면 땅속에 굴을 파고 묻으면 되는데 그거 꺼내고 덮고 하기 구찮아
걍 이렇게 보관한다. 날 추우면 헌이불로 더 덮어주고 날 푹하면 걷어내고 그러면 된다.
무는 뽑아서 바로 묻거나 보관해야한다. 안 그러면 바람들어 못 먹느니~~
무 구루마 다 실어놓고 나니~ 뱃속에서 아우성이다.
그때 시각이 두시!
일단은 허기나 끄자~ 싶어 홍시하나 들고 튀었다. 또 할매한테 붙잡혔다간~
마당 하나가득 널어놓은 콩깍지 다 치우라고 할꺼 뻔해... 에궁. 튀자!
날이 잔뜩 흐리다. 비가 올라나 말라나...
일기예보에선 빗방울 조금 뜯는다 만다 그랬다는데~
날이 축축하다.
밥무꼬 마당 콩깍지 널어놓은거 다 치우자.
할매는 콩 줄기대궁에 붙어있는 콩깍지를 일일이 훑어내시고~ 선녀는 콩깍지 쓸어담으랴~
콩대궁 묶어나르랴~ 콩알 주워담으랴~ 분주했다네~
손으로 하다가 깔끼갖고 하다가~ 빗자루 찾아 하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댑싸리 빗자루 하나 갖고 와서 쓸었다.
이거 댑싸리 빗자루 아주 물건이다.
삽작거리마다 심어서 아니면 절로 나서 빗자루 만들어 쓰는 식물인데
아주 잘 쓸리고 튼튼해서 오래간다.
여름엔가 저 아래~ 뉘집 밭 언저리에 무더기로 나 있는 걸 몇개 뽑아갖고 와서 놔둔 건데
두고두고 쓴다.
길가 호두나무 낙옆 떨어진거 쓸어담기도 좋고~
마당 쓸기도 좋고~
오늘같이 콩깍지 먼지 다 싹싹 쓸어내기도 참 좋더라.
오일장에서 산 새 빗자루~ 그거 영 안 쓸리더라. 몇번 쓸다가 던져버렸다.
앞으로 빗자루는 이걸로만 해야징.
댑싸리 씨를 받아다 좀 심어야겠어.
전에 누가 댑싸리가 오줌소태병에 좋다고 구해달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거 삶아묵으면 좋다대?
크게 키우면 울타리도 되고 좋더라.
콩깍지 왕겨푸대에 담아 서너푸대 소마구로 져다 나르고~
콩깍지는 요새 소 점심이다. 이거 한 소구리씩 주면 소들이 암말도 않는다.
이러다 저러다 하루해 다 갔다.
내일부터는 짚 걷기 들어간다.
밭에 무청 잘라낸거 숨 죽으면 새끼줄에 묶어 달아 시레기 만들고
내일부터 하루종일 논에서 살아야한다.
논 열마지기 짚 다 걷을라문.